'삼보(三步)이상은 승차!' 라 했던가, 걷는 것보다 타는 것이 더 익숙한 요즈음인데,
타고온 차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대흥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밀물처럼 달려드는 생각은, 차를 버리고 걷고 싶다는 것입니다.
<전남 해남의 대흥사,
입구부터 멋진 나무 터널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에 오면 꼭 걸어서 올라가리라 생각하며~~>
<느껴지는 기분마저 담았으면 좋겠지만, 내 재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5·18 민중항쟁 사적지 : 대흥사 여관터
"1980년 5·18 민중항쟁 당시 이곳 대흥사는 여관이 많아 5·18 시민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였다.
당시 시민들 탑승차량 7~8대가 광주여관, 안흥여관(지금은 없어짐), 유선여관에 도착,
이곳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으며, 이곳 주민들은 5.22 아침 광주로 향하던 시민들에게
김밥, 음료수 등을 지원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뜻을 함께 했던 곳이다."
<광주 사람들, 아니 생각있는 이 나라 사람들의 슬픔이 여기도 서려있습니다.
대흥사 주차장 옆에 세워진 기념비 입니다.
어떤 ㅎㄹㅅㄲ들이 요즘도 방송에 나와 북한의 사주, 폭도 어쩌고 저쩌고 했다는 데,
그런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이 땅에 우리와 같이 사는 것까지는 허락하는 데,
제발 주둥아리 닥치고 조용히 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제부터는 걸으며 참기운을 느끼며 올라갑니다.>
<최근들어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있는 데, 이곳의 느낌은 참 다릅니다.
평평한 숲속 길을 그냥 걷기만 하는 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눌러 살고싶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집니다.
전라도 땅이 주는 그런 한가로움인지, 내가 변해가면서 느껴지는 또다른 여유인지...
요즘 힐링, 올레길, 둘레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데,
조금 이른 아침에 이곳 대흥사 가는 길을 걸어보세요.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군더더기이기에 생략!>
* 피안(彼岸) : 깨달음의 세계. 열반의 경지
<약수물 한 잔에도, 나무아미타불~~~~>
<일주문을 지나면 ~~>
<부도전이 나옵니다.
이곳 부도전에는 서산대사, 초의선사 등의 부도 56기와 탑비 17기가 있습니다.>
* 부도(浮屠) :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팔각원당형 혹은 종형 등이 있음
* 탑비(塔碑) : 비문을 돌에 새겨 부도 근처에 세움
* 불탑(佛塔) : 부처님의 사리나 불상 경전등을 보관하는 것
<반야교에는 난간이 없습니다.
음주보행 주의!>
* 반야(般若, prajna) : 인간이 진실한 생명을 깨달았을 때 나타나는 근원적인 지혜
<그리고 대나무인 듯 곧게 뻗은 나무들이 또다른 풍광을 펼치는 데,
사진하고 실제는 전혀 다릅니다.>
<해탈문>
천년된 느티나무 연리근
'왼쪽은 음의 형태이며 오른쪽은 양의 형태로, 언듯 남녀가 천년동안 사랑을 하고 있는듯 하다'고 합니다.
* 연리(連理)
-.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서로 만나 합쳐지는 현상
-.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根),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木), 가지가 하나되면 연리지(枝)
-. 두 몸이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부모의 사랑, 부부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비유되어 일명 '사랑나무'로 불림
<오늘 모시고 온 장인·장모님은 광주에서 소문난 잉꼬부부,
만난 지 한달만에 결혼했지만, 아직껏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내는 우리 부부(물론 99% 아내 덕!),
이 느티나무는 오늘 우리가 올 줄 알고 천 년 전부터 준비했었구나 라고 생각하는 건 쪼끔..... ㅎㅎㅎㅎ>
<햇빛때문에 제대로 찍지 못해 연리근의 뒷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대흥사에 처음 왔던 게, 35년 전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로 기억합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왔다는 것, 그때도 술을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우린 그냥 마냥 좋았었다는 것,
그러나 무엇이 있었는 지, 무엇을 느꼈는 지, 무엇을 보았는 지, 기억이 없습니다.>
<심진교(尋眞橋) 아래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다리를 건너면 침계루(枕溪樓)가 있고~~>
<그 뒤에는 대웅보전이 있습니다.>
<야자나무가 있는 절이라...>
<이곳은 명부전>
<왼쪽의 無量壽閣(무량수각)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1840년에 제주도로 귀양 가다가 대흥사에 들러 쓴 것이고,
오른쪽의 白雪堂(백설당) 편액은 구한말 명필로 유명했던 해사 김성근이 쓴 것이랍니다.>
<하아, 살아 움직이는 골동품!
백 년은 족히 됐을 법한 생전 처음보는 트럭이 지금도 바윗돌을 싣고 힘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초의대선사상(草衣大禪師像)
'선(禪)과 차(茶)를 통하여 민족정신 문화의 향기를 심어준 분,
사회사상가로서, 차인(茶人)으로서, 글·글씨·그림에도 탁월한 예술인이었던 초의선사'
<봄이면 우리만 아는 곳에 어머니랑 같이 나가 쑥을 뜯어다가,
전도 부치고, 떡도 해서 두루두루 나눠먹는 재미를 한껏 느꼈었는 데,
올해는 중금속 오염이 두려워 조금밖에 못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는 지,
아내는 여기까지 와서도 열심히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있습니다.>
<성보박물관
문이 잠겨서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장군샘
"~~ 예부터 약을 달이고 차를 끓이는데 있어 이 물을 최고로 여겼고,
장군수의 이름은 윤선도가 이곳 승려들의 지혜와 기력을 보고 능히 장군을 낳을 샘이라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길어다 먹은 데에서 유래되어진 것이다."
표충사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스님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사당
대흥사는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의 의발(衣鉢)이 전해지고 그 법맥을 이어왔기 때문에
선(禪)과 교(敎)의 종원(宗院)으로 자부하였다."
"1788년에 사액사우(賜額祠宇)의 건립을 추진하여 표충사로 지정되었고,
정조대왕이 직접 쓴 표충사(表忠祠) 편액이 내려졌다."
"중앙에 서산대사의 진영이 있고,
양쪽으로 서산대사의 제자로 전란에서 공적을 세운
사명당 유정(惟政)스님과 뇌묵당 처영(處英)스님의 진영을 모시고 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정말 부드러운 곡선이 있습니다.
왼쪽에는 부처님의 발이 있고, 오른쪽에는 부처님의 손이 있다고 하는 데,
난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무슨 느낌이냐구요? 안아르켜 줍니다. ㅋㅋ>
<저 윗쪽은 출입금지 구역인 대광명전과 동국선원>
<이곳은 보현전이고, 반대편에는 쌍둥이 건물 문수전.
예전엔 지금처럼 건물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큰 건물만 해도 46채, 다 둘러볼 수 없어 이만큼만 보고 내려갑니다.>
<우리 내려갈 즈음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텐트치고 해먹 매단 사람들도 있네요,
우리집에도 해먹이 하나 있는 데, 언제나 써먹으려나...>
<이곳은 올라올 때 보았던 유선여관, 주차장과 대흥사 사이에 있습니다.>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나온 백년도 넘은 한옥 여관.
출발하기 전,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싶어 전화했더니, 버얼써 예약이 끝나버렸답니다.>
<공동화장실과 공동 세면장을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지만,
이런 멋진 곳에서의 하룻밤은 우리 마음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방마다 이름이 있고, 글씨가 있고~~>
<병풍, 그림, 글씨, 요, 이불, 베게...>
<뒷마당으로 가니 대흥사를 거쳐온 계곡물이 시원함을 맘껏 뽐내고~~>
<장광(장독대)에는 장독들이 옛스런 멋을 뽐내고 ~~>
<기와지붕엔 이름모를 잡초들이 또 한 세상 펼치고 있는 데 ~~>
<오랫만에 딸과 함께 나들이한 노부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친구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냥 좋았었는 데,
지금은 대흥사가 발목을 잡고 유선여관이 손목을 잡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지만, 언젠가 한 번 다시 오렵니다.
그 땐 유선여관도 일찌감치 예약할 것이고, 버스타고 와서 타박타박 걸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룻밤은 대흥사에서 보내리라 미리부터 정했습니다.
남쪽나라 전라도 땅 해남 대흥사,
그 이름이 허명(虛名)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남 강진 김영랑 생가 (0) | 2014.07.15 |
---|---|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 (0) | 2014.07.13 |
광주 대동 3회 2014년 가평 야유회 (0) | 2014.07.09 |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 (0) | 2014.05.22 |
아산 현충사 (0) | 201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