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12구간 - 충의길

상원통사 2013. 10. 22. 00:03

이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짚신도 두 가지를 갖고 길을 나섰다.

느슨하게 엮은 것과, 단단하게 엮은 것을  메고 먼 길을 나섰다.

자갈길을 걸을 때면 단단하게 엮은 짚신을 신었고,

풀밭길을 걸을 때는 느슨하게 엮은 신으로 바꿔 신었다.

숲길을 걷다가, 풀밭길을 걷다가,

혹시 개미나 미물이 밟히더라도 죽지 말라고...

 

개화된 세상에 사는 나는

군화같은 등산화 한 컬레로,

반쯤은 산길이고 반쯤은 포도인,

북한산 둘레길 12구간 충의길을 걷습니다.

 

충의길이 어디쯤이냐 하면 ,

사기막골 입구에서 교현우이령길 입구까지의 구간입니다.

거리는 3.7Km이고,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5분, 난이도는 '중'입니다.

교통편은

사기막골 입구로 오려면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704번, 34번을 타고 사기막골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오면 되고,

교현우이령길  입구는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석굴암 입구(우이령 입구)에서 내려 5분정도 걸어오면 됩니다.

 

"사기막계곡에서 솔고개로 이어지는 숲속길과 솔고개에서 교현리까지 이어지는 보도를 함께 걷는 구간입니다.

 특히 상장봉 왼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숲속길은 새롭게 조성된 산책로로 인적이 드물고 산세가 아름답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39번 도로와 나란히 걷는 보도에서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이며,

 또한 주변의 군부대 시설은 우리로 하여금 나라사랑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제 12구간 충의길 구간에 접어듭니다.

  '忠의 길'인가, '忠義길'인가???>

 

 

<많이 가물었는지 계곡이 가난합니다.

  요즘 건설시장이 겹쳐지는 건 직업탓인가.... ㅊㅊ>

 

 

<아주아주 어렸을 적에,

  전라도 나주 옆 남평이라는 동네에 드들강이 있었고, 출렁다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길지는 않지만, 기억만큼은 그만큼입니다.

  그땐 무서웠는 데, 지금은 즐깁니다.

  첫 번째 출렁다리!!> 

 

 

<흔들흔들, 출렁출렁...

 아무도 없을 때 슬쩍 한 컷!>

 

 

<오는 가을을 온 몸으로 받아

  남이야 오든지 말든지 혼자만 즐기는가?

  아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

 

 

<구경하며 걷다보니 벌써 사기막 전망대>

 

 

<내려다 보는 곳만이 아니라, 올려다 보는 곳도 전망대입니다.

  맨 왼쪽이 인수봉, 조금 낮은 오른쪽이 숨은 벽, 다시 높은 봉우리가 백운대, 그리고 오른쪽이 염초봉.

  북한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죄다 보입니다.>

 

 

<이곳은 두 번째 출렁다리>

 

 

<다리가 있으면 흐르는 물이 있어야 궁합이 맞거늘,

  겨우 한 바가지 끼얹은 가냘픈 계곡이

  처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산넘고 물건너 계곡 건너셔셔셔~~

  조용한 숲속길을 즐깁니다.>

 

 

<조금은 시끄럽기에 무슨소리인가 했더니,

  백운대행 복장의 한 동아리를 만났습니다.

  여기서부터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함께 걸었습니다.>

 

 

<항상 볼썽 사나웠던 전선이,

  이 그림에서는 조금 보탬이 됩니다.>

 

 

<글쎄, 이 정도 덩치가 되니 가을을 묵직하게 맞는군요.

  우린 그 문턱을 넘어가고 있고...>

 

 

<'나무 파는 집' 이름에 '엔젤'은 뭐고, '보스톤'은 뭔지???

  'Angel Farm', 'Boston Plantation'으로 바꾸면 더 멋질 것 같은데...>

 

 

<세 번째 출렁다리!

  건너는 사람은 흔들거리고,

  사진찍는 사람은 숨죽이고,

  또 그들을 찍는 사람은 들킬까 조심조심..>

 

 

<꽃인 양 잎인 양, 수줍은 표정이더니만...>

 

 

<햇살 한웅큼에 가슴을 활짝 펴고 반짝입니다.

  무슨 열매? 난들 아남유~~~

  자귀나무님이라면 혹시나...>

 

 

<무얼 보느냐고요?

  가을이 오는 소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고 걷다가...>

 

 

<인가가 있는 곳으로 다시 접어듭니다.>

 

 

 

<사람 사는 동네엔 호박이 최고!>

 

 

<다듬어진 포도로의 단조로움보다는,

  주인 안볼 때 슬쩍 농원 사이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그렇게 가다가 다시  딱딱한 39번 국도로 나왔습니다.>

 

 

<긴가민가했는 데, '종로 예비군 훈련장' 팻말을 보니 확실합니다.

  그 땐 이길이 2차선 도로였고, 구파발에서 총알택시 타면 천원에 이곳까지 실어다 주었습니다.

  새벽 두 세 시까지 술에 찌들다가도,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이리로 왔지요.

  132시간 군생활을 이곳에서 했습니다.(3주라면 너무 짧게 느껴져, 난 항상 132시간을 주장합니다.)

  87년 6월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앞뒤에 소나무를 거느린 조각상.

  아무리 찾아도 이름이 없네요.

  '둥근 발'이라 붙여볼까!!>

 

 

<그렇게 걷다보니 편의점이 나오는데,

  여기까지가 충의길이고, 간판 뒤부터는 송추마을길입니다.

  아직도 해결못한 한가지 의문점, 어떻게 읽어야 하나???

  씨 콤마 유? 씨 콤 유? 씨 앳 유? 씨 유?

  씨부럴....> 

 

 

<어쨌든 우린 주인이 안보는 편의점 옆 테이블 위에,

  간식거리를 펴놓고,

  이 가을의 잡담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