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전에, 그러니까 나 결혼하기 전에, 어머니께서 암수술을 받으러 한양대 병원에 입원하셨다.
수술이 끝난 후 6인실에 계시기에, 아버지께 투덜거렸다.
나 : 아니, 1인실은 아니더라도 2인실 정도는 계셔야하는 것 아닙니까?
아버지 : 아니다, 6인실에 있으면 사람들도 많아서 심심하지 않고 좋단다.
그 땐 쥐뿔도 없으면서 마음만은 부자였다.
이번에 아주대 병원에 아버지께서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응급실에 들어간 지 이틀만에야 겨우 병명을 확정하였기에, 입원실로 옮길수 있었다.
원무과에 알아보니 병실은 2인실 밖에 없다 한다.
우선 2인실에 있다가 4인실이나 6인실로 옮겨야지, 그렇지 않고는 다인실로 갈 방법이 없다 한다.
좁은 의자에 앉아 이틀동안이나 시달렸는 지라 더 버티기도 힘들어 2인실로 옮겼다.
2인실은 16만원, 4인실은 11만원, 6인실은 1만5천원이다.
2인실에서 이틀 밤, 4인실에서 이틀 밤을 지낸 후 퇴원했다. 6인실은 끝내 가보지도 못했다.
총각 때는 2인실이었는 데, 애가 셋인 요즘은 6인실로 변했다.
이젠 쥐뿔도 없고 마음도 가난하다.
결혼 초에는 백화점에 다녔다.
주로 세일할 때 이용하곤 했지만, 친절 + 친절한 백화점을 이용할 때는 몸마저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있고나서 어느 때 부터인가 이마트를 주로 이용했다.
백화점은 명절에 얻은 구두표 갖고 신발 살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용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백화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에 가난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공회사를 그만 둔 후부터는 다이소에 자주 간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한다.
천원짜리, 이천원짜리 물건들이지만 꽤 쓸만하다.
이마트는 다이소에 없는 물건들을 구하러 간다. 물론 백화점에도 몇 번 갔다.
물건사러 간 것이 아니라, 이마트와 얼마나 가격차이가 나는 지 확인하러 갔다.
이마트 가격에 동그라미(Zero)가 하나씩 더 붙어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눈 앞에 로또 복권이 어른거린다.
근자에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수지 나눔장터를 이용하곤 한다.
아내뿐 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군소리 없이 그 곳에서 물건을 사오기도 하고 갖고있던 물건을 팔기도 한다.
두툼한 겨울외투를 5000원에 샀다고 자랑하는 둘째 아이, 한 번도 안신은 구두를 3000원에 사고서 아주 만족해하는 아내....
백화점에서 나눔장터로 바뀌었다.
마음도 점점 더 가난해졌다.
예전에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내 월급이 지금보다 많을 때에는 저축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어렸고 맞벌이였으니 그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월급받아 한 달 지내기가 힘들다.
월급도 작고, 외벌이에다가, 대학생/고등학생/중학생이 있으니 들어오는 것도 적지만 나가는 게 많아 적자생활이다.
모아놓은 돈을 깨먹고 있는 것이다.
재산이 줄어든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음을 더욱 더 움츠려들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움츠려드는 것이 바닥을 찍었다. 탈출구를 찾았다.
아내와 성지순례를 시작하면서 조금 변했다.
성지순례 때 찍은 사진으로 블로그를 장식하면서 조금 더 변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또 변하고 있다.
남과 비교할 땐 못난 것들 밖에 보이지 않았던 내 자신은 가난했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
모아놓은 돈 까먹으며 살고 있다고 동료직원에게 푸념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법륜스님께 그런 말하면, '까먹을 돈이 있는 것만도 행복'이라 말씀할 것이다.
그렇다.
생각 나름이다. 가난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가난해진다. 욕심내면 낼수록 가난해진다.
조금 부족할 지라도, 만족하며 살자.
남보기는 우스운 것일지라도,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
그러면서 서서히 마음의 부자가 되어보자.
앞으로도 50년은 더 살아야되는 데, 남은 삶은 부자로 살자.
다짐해본다!!!
나 같은 남편 만난 아내도 잘 지내고 있는 데, 착한 아내 만난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아직도 옛버릇 못고쳐서 자꾸 짜증내곤 하지만, 스스로 바뀌려 노력중이다.
즐겁게 살자, 부자로 살자!!!
그래도,
로또 복권이나 한 방 맞으면 정말 좋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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