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응급실 48시간] 7. 조직의 힘, 고마움

상원통사 2012. 10. 16. 22:42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서 이틀간 지내면서 느낀 점이다.

 

응급실에는 참 많은 환자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응급처치만 받고 가는 사람, 병명이 확정되어 병실로 옮겨가는 사람, 어디가 아픈지 몰라 계속해서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

의식불명으로 실려오는 환자, 업혀서 오는 환자, 제 발로 걸어서 오는 환자...

어린 환자, 젊은 환자, 늙은 환자, 남자 환자, 여자 환자....

119에 실려오는 환자, 승용차를 이용해서 오는 환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 환자....

많고 많은 환자들인데 공통점이 있다.

갑자기 많이 아파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 한결같이 밝지 못한 표정이라는 것,

환자뿐만이 아니라 그 보호자들도 인상이 구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웃음소리는 없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분들도 참 많고, 많은 일을 한다.

일반 병실과 달리 수많은 환자들이 계속하여 들어오고 나가는 데, 아픈 부위도 각기 달라 치료방법도 모두 다 다른데,

들어오는 시간도 각기 달라 치료 경과도 모두 다른데, 마치 한사람이 모든 것을 외우고 하듯 잘도 일한다.

주사 담당, 소변 채취 담당, 투약 담당, 수액 점검 담당, 혈액채취 담당, 욕창검사 담당, 환자이송 담당, 청소하는분,

심전도검사하는 인턴, 응급의료과/순환기 내과/소화기내과/호흡기 내과/정신과/일반외과 인턴과 레지던트, 회진하는 교수, 회의하는 의료진,

각기 맡은 바 임무가 모두 다른데 어쩌면 주어진 시간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와서 한치의 실수도 없이 환자들을 돌보는 지 신기하기만 하다.

거기다가 교대근무하면 또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데 실수 없이 잘도 일한다.

 

지켜보니 응급실의 일이란 혼자서는 어림도 없다. 여럿이 해야 한다.

그런데 일사분란하게 그 많은 일들을 순서에 맞춰 잘도 해낸다.

조직의 위대한 힘이라고 해야겠지. - 우리가 볼 때는 엉성한 것 같지만, 수백 수천명이 일하는 건설공사 현장도 외부 사람들의 눈엔 그렇게 비춰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이고, 토론도 많이 했을 것이고, 벤치마킹도 많이 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기에 신중 + 신중히 결정했을 것이다.

 

예쁘장하고 친절한 간호사가 오길래 물어봤다.

나 : 고생하네요. 하루에 몇시간이나 일해요?

간호사 : 8시간인데, 10시간 많으면 12시간도 일해요.

나 : 고생하네요. 우리 둘째 딸도 장래 희망이 간호사인데...

간호사 : 아이구, 절대 하지 말라고 해요. 너무 힘들어요

 

그래,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게 보이지만, 싫은 내색 한 번 안하고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그 간호사가 고맙다.

우리 주변엔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록 쥐새끼들이 설쳐대지만, 그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고맙다.

대한국민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