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도착하자 마자, 의사는 어디가 편찮으신지 물어보지만, 치매가 심하셔서 사람도 못 알아보는 데 어디가 아프다고 말을 할 수가 있나...
겉으로 나타난 증세는, 식은 땀 흘리고, 누웠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 무엇이든지 잡으면 마치 으스러트릴 듯 세게 쥐고...
요양원장 이야기가 오전에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다기에 그 말을 전했다.
그리고 현재 들고 계신 약은 혈압약, 치매약, 전립선약 등등임을 말했다.
의사는 곧 바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예전에 아주대병원에 다녔던 기록을 뽑아서 지금은 어떤 지 물어보는 데,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그렇다였다.
그리곤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우선 머리 CT를 찍고,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심장 초음파를 해보고,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폐 CT를 찍고,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심장도 약간 안좋고, 혈압도 약간 높고, 혈액 성분도 약간 안좋고,
그러나 어디가 안좋은 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어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한 지 12시간도 더 지나서야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방광까지 고무호스를 집어넣는 순간 오줌줄기가 솟아나오고, 그렇게 몸부림치시던 아버지였는 데 표정마저도 편안해진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 더 꼭꼭 배를 눌러서 빼낼 수 있을 때까지 오줌을 빼냈다.
950CC를 빼냈다. 보통 사람의 세 번 정도 분량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야 아버지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곤히 주무신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의사선생님은 복부 CT를 찍고, 또 별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음날, 아내가 오길래 그 이야기를 했더니 화를 낸다.
병원에 오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인데,
소변검사를 그 때서야 했다니 무슨 그런 의사들이 있는 지 모르겠다고....
소변검사가 기본적인 검사인 줄 몰랐던 나도 한심하다.
그러나 허구헌날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보는 응급의학과 의사선생님들이
그런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고 엉뚱한 검사만 해댔으니 한심+한심이다.
검사비용도 비용이지만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화가 난다.
다들 오줌 마려울 때 꾹 참아본 아픈(?)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오줌통에 오줌이 꽉차서 그렇게 몸부림치셨던 것인데, 엉뚱한 검사들만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했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응급실에 도착하자 마자 소변검사를 했으면, 간단히 치료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퇴원했을 것인데,
말도 못하는 환자를 그 고생을 시켰으니 자식으로서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도 한가지 위안을 한다면, 무식(?)한 의사선생님 덕분에 여기저기 비싼 검사들을 했는 데,
특별히 나쁜 곳이 없다하니 다행이라 여긴다.
우리 모든 일이 그렇다.
기본에 충실하자. 머리가 너무 좋아도 탈이다. 선입견에 미리 판단하는 것도 탈이다.
항공기 조종사들이 복창하며 계기를 조작하듯이,
아는 것이라도 마치 기계와 같이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갈 때 문제는 오히려 더 쉽게 풀리는 법이다.
사람 고생하고 돈 들고 나서야, 또 한 가지 배웠다.
그리고
응급실 근무하는 의사선생님들,
노인이 응급실에 오면 환자가 뭐라고 하든지, 소변검사/혈액검사부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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