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아옵니다, 하롱베이 바다에 아침이 찾아옵니다.
자신의 모습조차 감추고 있던 밤바다는 어둠이 걷히자 섬들을 다시 내어줍니다.
행여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기대를 안고 밖으로 나왔으나,
바램이 너무 과했지요, 미세먼지 뒤집어쓴 하노이 하늘이 재연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 다행 ~~
아침 6시 30분, 오늘의 첫 일정은 베트남 전통무예 따라하기로 시작하는데,
지도자 동무의 구령과 동작에 맞춰보려 애쓰지만 역부족,
다 끝나고 나서 친구가 하는 말, 뒤에서 보니 늙은 티 난다 ~~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에 앉아있는데 오늘의 두 번째 일정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물에 젖을 염려가 있으니 반바지에 쓰리빠 신고 나오세요',
맞아, 오늘은 카누를 탄다고 했지, 혹시나 물을 옴팡 뒤집어 쓸수도 있고 배가 뒤집어져 빠질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 안되지, 카메라도 휴대폰도 시계도 지갑도 다 놔두고 맨몸으로 가는 게 안전하겠다,
하여, 추리닝 바지만 입은 채로 나와 꼬마 연락선을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놀잇배 선착장,
가이드가 안내를 합니다, '카누를 탈 사람 이쪽으로 오시고 뱀부보트를 탈 사람 저쪽으로 가세요',
난 카누를 타고 노저어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은 뱀부보트를 원합니다,
그래, 카누 타다 뒤집어 지면 나만 손해지, 누구 원망도 못한다, 나도 뱀부보트요 ~~
뱀부 보트란 뭐냐, 원래는 대나무로 만들어서 Bamboo Boat라 했는 지 모르지만
지금은 예닐곱 명쯤 탈 수 있는 작은 통나무배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사공이 노를 저어주니 우린 그냥 앉아있기만 하면 됩니다.
어기야 어기엉차, 나룻배 타고 20여 분쯤 나아가자 이내 큰 산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애개개, 여기가 끝인가, 너무 싱겁네'가 아닙니다, 찬찬히 보니 섬 아래 수면 위엔 동굴이 뚫려 있고, 서서히 들어가기 직전,
까악 까아악 소리에 위를 쳐다보니 원숭이들이 이 나무 저 나무로 뛰어다니며 우리에게 외칩니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웰컴!' 일까, '쨔사들아, 느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여기까지 못 올라와!' 일까, 궁금합니다.
이제 석회암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동굴은 배가 지나는 데 지장없을만큼 높지만, 가끔씩 사공의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은 곳도 나옵니다.
어어어, 쳐다보는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오금마저 저리는데, 사공은 휘파람 불며 노래가락 뽑으며 여유있게 피합니다.
저멀리 있던 조그만 빛이 가까워지고, 어둠이 가시며 동굴을 벗어나자,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산으로 둘러싸여 잔물결 하나 없는 고요한 호수,
우릴 위해 이런 곳들이 만들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지구의 기생충들은 감탄합니다, 좋구나, 대자연은 위대한 것이여 ~~
뭔 소린지, 하나도 재미없는 말들을 왜 이리 장황하게 지껄이느냐,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그래요, 이해하시길.
뭘 보았는지 기억이 안나고, 조금 생각나는 것마저도 표현이 안 된다, 앞으론 카메라를 꼭 챙기자!
가물가물한 기억속의 뱀부보트 여행을 끝으로 1박2일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이 끝났습니다.
우린 짐을 챙겨 나와 옥상에 앉아 ~~
하롱베이의 풍광을 마지막으로 감상한 후~~
꼬마 쾌속선에 올라 육지를 밟았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오르자 인원점검을 마친 후 하노이로 향합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 요것들이 다 완성되면 사람에 치여 섬구경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양식장들, 아마 진주조개들이 그득하겠지요.
이제 버스는 고속도로에 올라 신나게 달리고, 창밖엔 다른 모습들이 지나갑니다.
논이 보이고 밭이 보이고, 멀리 민가들도 보이는데, 지붕 색깔이 대부분 주홍색입니다,
이것이 얘네들 전통 색깔인가 보구나 ~~
사람이 사는 집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
죽은 사람들을 위한 집들도 지붕이 같은 색입니다.
또 하나,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앞뒷집에서 같이 지냅니다.
우리네 같으면 띠두르고 북장구치며 혐오시설 물러가라 난리 부루스를 칠 것인데, 이네들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드디어 하노이에 도착, 오늘의 오후 일정을 시작합니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성요셉 성당,
성 요셉 성당(St. Joseph's Cathedral)
"프랑스 식민지배 초기인 1886년 프랑스 건축가에 의해 건설된 로마 카톨릭 성당으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닮은 모습이다.
처음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나, 1912년 높이 31m의 사각 첨탑 두 개를 추가해 고딕 양식으로 바뀌었다.
외관은 불에 검게 그을린 듯 다소 음침하고 칙칙해 보이지만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로 아름답게 장식된 창문들, 아치형 천장과 예배당 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
성탄절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말구유 장식도 그대로 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간 우리, 난 뭐 좋은 것 없나 두리번거리지만 독실한 신자인 친구는 기도를 바칩니다,
뭐라고 기도하나 독심술로 꿰뚫어보니,
주님, 여기 사탄이 둘이나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회개하고 광명찾게 해주십시오!
그러는 동안 난 성당 안을 휘휘 둘러본 후 ~~
바깥으로 나와 크게 한 바퀴 돌아봅니다.
다음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가는데, 이제 조금 익숙해진 이곳만의 길 건너는 요령,
옆에 뭐가 오거나 말거나 쳐다보지 말고, 그냥 앞만 보고 같은 속도로 내 갈 길만 간다,
그러면 오토바이도 승용차도 버스도 트럭도 다 알아서 나를 피해간다,
처음엔 겁나서 쭈삣쭈삣했지만, 몇 번 해보니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렇게 용감무식하게 길을 건너 도착한 곳은 ~~
어제 표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수상 인형극장,
오늘은 뒷자리 표가 조금 남아있어 겨우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노이 탕롱 수상인형극장
"수상인형극은 베트남 전통악기 연주, 노래, 인형극이 어우러진 베트남 전통 민속예술로 베트남에 왔다면 꼭 한 번은 봐야 할 대표 볼거리 중 하나이다.
베트남어로는 '무어 로이 느억', '물에서 춤추는 인형들'이란 뜻으로, 민속음악을 배경으로 나무 인형들이 물 위에서 움직이며 인형극을 펼치는데,
10세기경 베트남 북부 홍강의 삼각주 지역에서 한 해의 벼농사를 마친 농민들이 즐기던 인형극 놀이가 수상인형극으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은 약 1시간 동안 펼쳐지며 보통 1~7분 사이의 짧은 단막극 여러 편이 모여 구성되어 있다.
농부, 어부, 선녀, 황제, 가물치, 거북이, 용 등 다양한 캐릭터가 출연하고,
쟁기질 하는 모습, 물고기 잡는 모습 등 평범하고 소소한 풍경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 않고 흥미롭다."
사람들은 전통악기로 연주하고 그 가락에 맞춰 노래를 하고 ~~
인형들은 춤추는 데 동영상으로 한 번 감상해보세요.
마지막엔 무대 뒤에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박수세례를 퍼부으며 관람 끝!
여기는 하노이 야시장,
매주 금토일 오후 6시 이후엔 동쑤언 시장 일대에 야시장이 열리는데,
짝퉁 레고, 티셔츠, 종이카드, 엽서, 고깔모자 등 기념품들과 튀김, 꼬치구이 등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이제야 시장 열 준비를 하고 있어 길거리 야시장의 쏠쏠한 재미는 맛보지 못했습니다.
야시장 끄트머리 자리하고 있는 '동쑤언 시장',
호안끼엠 호수 북쪽 구시가에 위치한 1889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형성된 재래시장으로,
1994년 화재로 폐쇄되었다가 1996년에 새롭게 건설된 베트남 북부 최대 규모의 시장이랍니다.
3층 규모로, 온갖 것 다 있고 먹거리도 그득하다하여 내심 기대했는데,
오늘이 금요일인지라 일찍 문을 닫고 있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아쉬움!
이제 우린 걷습니다 ~~
허름한 뒷골목을 걷습니다 ~~
가다 보니 장례차량도 보이고 ~~
길을 메우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들도 보입니다.
시끄럽고 번잡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사람 부대낀 흔적들이 있는 이런 곳이 난 더 좋습니다.
우리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큰 건물을 찾자, 친구들은 그랩 택시를 부르느나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 여행은 참 편합니다,
한 친구는 영어가 잘 되니 어딜 가더라도 거리낌이 없고,
다른 친구는 타고난 총무 체질이라 돈 쓰는 것 알아서 챙겨주니 내가 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구경하고 사진 찍고 닐리리 맘보 편하게 다니기만 하면 됩니다, 얼씨구 ~~
택시 타고 도착한 곳은 현대식 건물에 들어선 현대식 베트남 식당,
이번에 정년퇴직한 친구의 또다른 후배가, 하노이 오면 꼭 연락하라고, 꼭 저녁 같이 먹어야 된다고 해서 찾아온 곳 ~~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음식에 취해 있는데 친구 후배가 얘기합니다, 저기 이만수 있어요, 야구선수 이만수,
맞다 맞아, 이만수 맞네, 난 여행기분으로 생전 안 하던 짓을 했습니다.
같이 사진찍으면서 한 마디 했지요, 옛날에 별로 안 좋아 했습니다, 왜냐, 너무너무 잘해서요 ~~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난 해태 타이거즈 밖에 모릅니다.
그는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가서 선교활동 겸 야구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이곳 하노이에서 경기가 있었던 듯, 선수들을 데리고 저녁식사하러 온 참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는 우리의 작은 영웅 쌀딩크 박항서도 보입니다.
집에 왔습니다, 친구의 후배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후배는 또 맥주에 안주에 맛있는 것 잔뜩 준비합니다.
노닥노닥 홀짝, 이 이야기하고 홀짝, 저 이야기 하고 홀짝, 홀짝홀짝 하다 보니 자정이 훌쩍 지납니다,
안돼, 아쉽지만 이제 잠을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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