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기웃

겨울 태백산

상원통사 2019. 1. 20. 18:54

친구 : 눈 덮인 겨울산 어때?

나    : 그래, 좋아 좋아, 지난 번엔 나 때문에 못 갔지, 이번엔 꼭 가자!

한참 전에 달력에 똥그라미 쳐놓고 눈 오기를 기다렸는데 아직까지 눈다운 눈은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눈도 없는 태백산에 오르게 생겼다고 걱정했더니 지난 주에 다녀온 동료 직원 하는 말,

"그래도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어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우린 강원도 태백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이럴 수가, 하느님이 힘을 썼는지 천제님이 힘을 썼는지 태백 근처에 오니 딱 좋을만큼 눈이 왔습니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방 따뜻하여 누구에게나 소개하고픈 태백시내의 '햇빛모텔'에서 자정 너머까지 노닥거리다 잠자리에 들고,

여유있게 일어나 콩나물 해장국으로 뱃속을 채우고 이빨까지 정갈히 닦은 후 태백 석탄 박물관이 있는 당골로 향했는데,

어쩜 이리도 좋을까, 바람은 잔잔하고 춥지도 않고 눈은 딱 걷기 좋을 만큼만 쌓여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특별한 날,

우린 한 걸음 한 걸음 태백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갑니다.



나    : 우와, 광교산 보다 훨씬 좋네 ~~

친구 : 곧 죽어도 강원도 산인데 광교산에 비할까, 신령님이 들으시면 화낸다!

나    : 겨울산이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한 번 올 걸 ~~



친구들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고, 난 뒤처져서 셔터 누르며 걷고 ~~




암괴류(Block Stream 岩塊流)

-. 동결과 융해의 반복으로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괴가 토양이 흘러내리는 작용에 의해 좁고 길게 흘러 내린 것

-. 높은 경사에서 암괴 암설 등이 낙하하여 쌓인 애추(talus)와 달리 암괴류는 낮은 경사에서 형성됨

-. 암괴류는 우리나라 산지에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데, 특히 광주 무등산의 암괴원이 유명함



길은 걷기 좋을만큼 잘 가꿔 놓아서 오르는 데 전혀 무리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인증샷 한 컷!



그리고 또 오르다 보니 ~~




어느새 반재에 도착했네요.



이제 천제단까지는 2Km 남았습니다.




정상에 거의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가슴까지 시원합니다.



세상에나, 정상이 코앞인데, 해발 1,500m가 넘는 높은 곳인데,

어떻게 지었을까, 절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바로 망경사(望景寺)



고맙게 수세식 화장실도 있고,

더욱더 고맙게도 추워하는 중생들을 위해 왕사발 컵라면도 팔고 있습니다, 3천원!



졸졸 나오는 약수 한 잔 들이키고 조금 더 오르니 단종비각이 나오는 데, 애잔한 전설이 얽혀있습니다.



단종비각(端宗碑閣)

-. 1457년 단종은 영월에서 승하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짐

-. 주민들은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음력 9월 3일 제(祭)를 지내고 있음

-. 지금의 비각은 1955년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

-. 비문과 현판 글씨는 오대산 월정사 탄허스님의 친필



우리나라는 겨울 날씨마저도 변한 것 같습니다.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삼한사온이 아니라, 사흘 춥고 나흘은 먼지 가득한 삼한사진(三寒四塵),

그러나 오늘은 다릅니다, 산 넘고 넘고 또 넘어 저 먼 곳 구름까지 다 보입니다.



여기는 해발 1,561m 태백산 정상, 사람들로 바글바글 ~~



인증 샷 한 컷 찍으려면 줄서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 데 그럴 필요 없어요 ~~



큰 기념물은 그렇게 바로 앞에서 찍으면 잘 안 나옵니다

요렇게 조금 떨어져서 찍으면 기념물도 다 나오고 인물도 잘 나오고 ~~ 



천제단(天祭壇)

-.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

-. 삼국사기 등 옛 서적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음

-. 천제단은 이곳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 남쪽에 규모가 작은 하단(下壇)의 3기(基)로 구성되어 있음

-. 매년 개천절에 이곳에서 제사를 받드는데, 중앙에 태극기와 칠성기를 꽂고 주변에 13천기(天旗)와 28숙기(宿旗)를 세우며 9종류의 제물을 갖춤

-. 한배검 : 단군왕검을 높여 부르는 말



이제 우린 길을 내려갑니다,

길이 여러 갈래인데 어느 길로 내려갈까, 올라온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가보자,

반재를 지나 올라왔으니 문수봉을 지나 내려가자 ~~



내려가는 길에는 천제단 중의 하나인 하단(下壇)이 있습니다.



1,500미터가 넘은 산이라 확실히 식생이 달라졌네요,

마치 과수원길을 걷는 듯 합니다.



희한하게 생긴 나무가 있어 한 컷!



드디어 친구가 꼭 찍어오라던 주목이 보입니다.



아, 이럴 수가 ~~

자료를 찾아보니 천왕단에서 북쪽으로 600m만 올라 가면 주목나무가 2,800여 그루나 자생하고 있는 군락지가 있는데 놓쳤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아니지, 다음에 한 번 더 와야할 확실한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건진 게 어딘가, 만족합니다.



눈길을 따라 걷다 보니 ~~



문수봉 갈림길이 나오는데, 또 망설여 집니다, 어디로 갈까?

그래, 산꼭대기이니 천제단과 비슷하지 않겠나, 시간도 절약할 겸 이만 내려가자,

문수봉으로 올라가는 대신 반재 갈림길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슬금슬금 내려가다 보니 ~~



신우대밭도 나오고 ~~



메뚜기 닮은 바위도 나옵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군요.



여기는 장군바위이고 ~~



그 아래엔 물결까지 꽁꽁 얼어 흔적만 남긴 겨울 계곡 ~~



그리고 또 사람들, 사람들...




내려와서 보니 주차장에도 길 가에도 버스들이 나라비 섰는데, 백여 대도 넘어 보입니다.



그리고 당골 계곡에선 눈꽃 축제를 열심히 열심히 준비 중이었는데,

지금은 진짜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친구 덕분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겨울 태백산을 즐겼습니다.

좋았어요,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오면서 서로 뜻을 같이 했습니다,

우리 분기에 한 번씩 산에 가는 건 어떨까?

좋아 좋아, 다음 번 산행은 철쭉 축제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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