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모를만큼 조그만 안내판만 하나 달려있고,
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수 있는 조그만 다리 너머엔 우거진 수풀만 보이는 도심 속의 조용한 절,
서울 정릉동에 있는 경국사(慶國寺)를 찾았습니다.
삼각산 경국사(三角山 慶國寺)
-. 고려 충숙왕 12년(1325) 자정율사(慈淨律師)가 창건. 삼각산의 청봉 아래 있다고 하여 청암사(靑岩寺)라 함
-. 1545년 명종조 때 문정왕후가 불사를 하면서 경국사로 개칭
-. 1921년부터 보경 보현(寶鏡 普賢) 스님이 60여년 주지로 주석하며 많은 탱화와 벽화 등을 남김
입구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쭉 들어오면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보통은 일주문 다음에 사천왕문이 있는데 여기선 없애버렸습니다.
대신 넙적돌을 촘촘히 깔아 아스팔트의 삭막감을 지워버린 조용한 포도가 있는데 ~~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편에 비석과 사리탑들이 있고 ~~
그 안쪽에는 '한글 번역경전 기념비'가 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오면 '약수터 삼불탑'이 있고 ~~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
왼편에 범종각이 있고 ~~
고개를 돌리면 자그만 마당과 관음성전이 보입니다.
마당의 나무 둘레엔 소원지가 걸려 있는데, 읽어보니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엄마가 레고 빨리 사주게 해주세요"
"이층집에 가게 해주세요"
"날씬하게 해주세요. 시험볼 때 잘 나오게 해주세요."
"남친 생기게 해주세요"
관음성전을 들어가기 전에 위를 올려다 보면 현판이 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썼답니다.
나라는 말아 먹었어도 글씨는 잘 쓴 것 같군요.
관음성전 안에는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데,
정조 20년(1744)에 조성된 목조상으로, 진경시대 보살 양식을 두루 갖춘 대표작이랍니다.
최완수님의 책 '명찰순례'에는 이 사진이 뒤집어져 있네요, 편집자의 실수 ~~
* 진경시대(眞景時代) :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만의 고유한 성격을 한껏 드러내며 발전했던 문화의 절정기.
숙종(1675)에서 정조대(1800)까지 125년간이 시기를 말함
극락보전(極樂寶殿),
안에는 목각 아미타삼존상(보물 제748호)과 목각 후불탱이 있는데, 그만 사진을 놓쳤습니다.
그림이 아닌 나무로 조각한 탱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
삼성보전(三聖寶殿),
이 현판의 글씨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작품이랍니다.
보통의 삼성각(삼성보전)은 독성, 산신, 칠성을 함께 모시는데 여기는 약사여래, 미륵불, 치성광여래가 모셔져 있습니다.
모두 돌을 조각하여 만든 석불이고, 뒤편의 탱화는 보경 화상의 작품입니다.
천태성전(天台聖殿)
-. 숙종 19년(1693) 연화 선사가 창건한 전각
-. 나반존자가 남인도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했기 때문에 천태성전이라 이름함
여기는 산신각(山神閣)
영산전(靈山殿)
해강 김규진의 예서체 글씨
여기 탱화도 보경화상이 그렸습니다.
오늘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녔는 지 모르겠습니다.
명부전의 건물 사진도 놓쳐버렸으니, 원 ~~
대세지보살의좌상(大勢至菩薩倚坐像)
-. 중국 요(遼)나라 때 조성한 것으로 추정(11세기 경)
-. 당시 왕비의 모습을 법본으로 삼은 듯 적의(翟衣) 형태의 의복에 용, 새, 사자 등을 새기고 화려한 모란꽃 무늬 장식의 보관을 썼음
-. 재질은 동, 크기는 6척
-. 명부전에 모셔져 있음
이것도 빼먹고 저것도 빼먹고, 오늘은 그냥 건성건성 둘러보고 만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분명히 열심히 돈다고 돌았는데, 알콜성 치매가 도져서 그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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