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50. 졸업 40년을 맞이하여

상원통사 2018. 8. 22. 21:54

"내가 대학을 졸업한 해가 1971년이니까 2011년은 대학을 졸업한 지 40년째 되는 해였다.
 나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대학 졸업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내가 그동안 조사했던 영월과 충주 부근의 학술답사를 계획하고 동기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20대 초반 모두 청운의 뜻을 품고 대학생활을 시작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60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들어 40여 년 전 대학생활을 추억함은 나름대로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기생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왔고, 이왕이면 부부가 함께 모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모임의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일단 내가 지난 20여 년 동안 조사했던 영월 부근을 답사하고,

 그 다음에는 내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충주호 암석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멋진 풍광과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삼엽충 연구의 일인자 최덕근님의 책 <10억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한 구절이다.

학교 졸업 40년을 기념하여 동기들이 부부동반하여 기념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 타고 해외로 가는 게 아니다, 5억 4천만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을 찾아 강원도 영월로 향한다.

이런 여행을 기획한 그가 부럽고, 이런 여행에 초대받은 그의 친구들이 부럽다.

작은 망치 하나씩 들고 쌍쌍이 흩어져 바윗돌 여기저기를 툭툭 두들기고 깨트려 본다.

눈꼽만큼 작은 희미한 흔적이 눈에 들어오자 돋보기를 꺼내 찬찬히 들여다보며,

"어이, 친구 이리 좀 와 봐! 이거 삼엽충 맞지?"라 외친다.

"그래, 제대로 찾았네, 삼엽충 맞아. 어때, 생각보다 재미있지?" 라든지,

"어라, 이건 못보던 것이네. 자네 한 건 한 것 같네, 이 화석은 연구실로 가져가야겠어!"라고 맞장구 친다.

반 나절쯤 뙤약볕 아래에서 땀방울 닦으며 돌맹이를 깨고 들여다보며 보물을 찾는 놀이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고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또다른 행복이리라.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건강이 최고라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도 내내 이렇게 살자고 서로 다짐하는 모임,

악수하고 껴안고,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부딪히고, 노래하고 춤추는 뻑적지근한 행사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추억 되새김만으로 마무리하기엔 2% 부족하고, 생물학적 한계 넘는 것 만을 기뻐하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졸업 후 40년이면 환갑 너머 즈음이지만, 아직은 젊고 할 일은 많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뭔가 가슴 뛰는 그런 모임에 초대받는 행운이 온다면 정말 좋겠다.

하늘의 별도 보고 싶고, 지구의 역사도 알고 싶고, 인류의 미래도 공부하고 싶고....

'한 생각 바꾸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 거짓 교훈  (0) 2018.10.15
51. 송영길 & 다인그룹  (0) 2018.08.24
49. 미안한 마음  (0) 2018.08.16
48. 이런 더위는 처음  (0) 2018.08.02
47. 딸깍발이 후예  (0) 2018.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