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 띠띠 띠 ~~
휴대폰 알람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이 절로 떠진다, 시간은 05시 30분.
밤새 뒤척이며 제대로 자지 못해 온 몸은 찌뿌둥하고, 밤새 못 쉬어 지친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내놓는다.
비싼 돈들여 마루판으로 바꿨는데 비닐장판 때보다 더 뜨끈거리는 거실 바닥은 한겨울이 무색하고,
우리 집 뒤엔 광교산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다고 자랑했었는데 올해엔 말짱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몇 도나 되기에 이리도 덥나, 눈부비며 온도계를 확인해 보니 31.9℃,
말도 안 돼, 아직은 새벽인데 이럴 순 없어, 분명 온도계가 잘못된 것일거야, 확인해보자,
온도계 센서를 입안에 넣고 기다려 보니 36.8℃, 체온이 정상이니 온도계도 지극히 정상이라는 말인데,
그럼 뭐가 문제? 그렇구나, 다 정상인데 날만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니 미쳐 날뛰는구나 ~~
한참 전,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그랬는데요, 에어컨은 선풍기보다 전기를 30배나 더 먹는대요.'
맞아, 우리 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니 더워도 꾸욱 참고 전기를 절약해야지!
그렇게 참고 버티다 보면 여름은 지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곤 했다.
작년까지는 이렇게 살았다, 그리고 금년에도 이렇게 살려고 했다.
그러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젠 에너지 정책을 과감히 바꿀 수밖에 없다.
전기료? 까짓거 나온대로 낸다 내, 대신 올 겨울엔 난방 안하고 지낼거야!
말은 그랬지만 그게 쉽지 않지, 적자 생활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나, 어디 다른 좋은 피서법이 없을까?
그래, 박물관에 가보자, 시원한 곳에서 조상들의 손길을 감상하며 안목도 높여보자.
국립 중앙박물관부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돌다보면 금년 여름은 거뜬히 나지 않을까.
또 있구나, 미술관도 가보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넋놓고 쳐다보고 있으면 제법 수준 있는 사람으로 알겠지, ㅎㅎㅎ
서울 시립 미술관 찍고 덕수궁 미술관까지 돌았다.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내 수준이 너무 높아 작가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왜 미술관에 영상물을 틀어놓는 지 ~~
폼 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걷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오가는 자체가 고역이다, 가까운 곳에 뭐 더 좋은 곳이 없을까?
백화점은 눈 버리고 배만 아플 것이고, 이마트는 앉을 곳 없고 식욕 잠재우기 힘들 것이고,
영화관은 두 시간밖에 못 버틸 것이고 깽깽이 연주는 졸릴 것이고 뮤지컬은 비쌀 것이고....
그럼 어디가 남았나, 간섭받지 않고 시간 보낼 수 있는 시원한 곳, 그래 도서관이 있구나,
앉아서 졸더라도 도서관으로 가자!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수지 도서관에서 가벼운 책 한 권을 다 읽고 왔습니다.
무슨 책이냐고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나보다 먼저 다녀온 노처녀 정효정님의 <남자 찾아 산티아고>
시원한 곳에서 재미있게 읽은 것까지는 좋았는 데,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마자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말,
오매, 더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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