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46. 노름꾼의 최후

상원통사 2018. 6. 7. 22:36

** 여시아상(如是我想) : 이와 같이 나는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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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치는 것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조금은 씁쓸한 광경이 펼쳐진다.

처음엔 모두들 화기애애하게 농담하며 웃으며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슬금슬금 달라진다.

그 날따라 끗발이 오른 사람은 뭘해도 다 잘되고 아무렇게나 쳐도 다 점수가 된다.
혼자만 너무 많이 따는 것이 미안해서 잃은 사람에게 회복 좀 하라고 좋은 패를 내려주면,
이게 웬떡인가 하고 그 패를 덥석 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바닥패(?)를 까면 여지없이 설사,
끗발쟁이는 손에 든게 아니라 바닥패를 뒤집어 고놈을 챙기고, 덤으로 피까지 한장씩 챙겨온다.
더 미안한 마음에 크게 잃어주려고 죽어야 할 패를 가지고 들어가도 따게 되고, 
당연히 '스톱'을 해야 하지만 일부러 '고'를 해도 피박에 광박에 쓰리고까지 덮어씌운다.

안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
광이 다섯 장이나 들어와도, 청단 홍단에 구사까지 쥐고서도, 팔각패를 껍질로만 갖고 있어도 안된다.
초출이라고 던지면 맹탕이고, 옳다구나하고 주워 먹으면 싸기만하고,
좌우를 둘러보고 열심히 계산하여 '고'를 외치지만 엉뚱한 녀석이 3점 내서 독박만 쓰고 만다.
해도 해도 안되니 속은 뒤집어지고 해볼 도리가 없으니 슬슬 오기를 부리기 시작한다.
괜히 화장실에 가서 안 나오는 오줌 몇 방울 힘주어 떨어뜨리고, 부뚜막이 어딘지 살펴보고 자리를 바꾸자고 투정부린다.
쌍피 숫자가 너무 적다고 이상한 규칙을 만들어 늘리기도 하고, 판이 작아 재미없으니 배판으로 키워야 한다고 하고,
그래도 안되면 오늘은 집에 갈 생각 마라고, 자기 본전 회복할 때까지 쳐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런다고 잘될까, 아니다, 더 깨진다, 깨지고 깨져서 쫄딱 망한다.

바둑 두는 것도 지켜보면 고스톱판과 대동소이하다.
처음엔 막상막하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 한 수 한 수 두곤 하지만,
악수 한 방에 대마가 죽게 되고, 회복할 가능성이 안 보인다 싶으면 그 때부터는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손톱만큼의 가능성만 보여도 파고 들고, 상대의 실수를 바라면서 슬쩍 집어넣어본다.
그러나 어디 그게 통하기나 할까, 상대가 왕초보 생짜바리 하수라면 모를까 결코 뒤집어지는 일은 없다.
남은 집만이라도 잘 챙기면 만방으로 깨지는 수모는 당하지 않겠지만,
무리수는 무리수를 낳아 아무리 용을 써도 어찌할 도리 없이 부득부득 밀리게 되고,
에라 모르겠다 바둑판을 엎어버리고 時發時發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선 보다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북핵과 체제 보장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나는 본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북한 체제 보장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보는 것에 기인한다.

  ~~ 따라서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 보장이 선행되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로서는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국제적 보장을 해 주고
 북핵 폐기를 유도하는 방안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홍준표 대표가 2009년 자서전 <변방>에 쓴 것이라 한다.


“자유한국당이 가치를 위해 이익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중은 자유한국당을 약자가 아니라 ‘노답꼴통’으로 볼 것이다.
 대중은 약자는 응원하지만 노답꼴통은 경멸한다.
 자유한국당의 5대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 - 수구, 기득권, 반북, 평화, 호남!”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자유한국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제언'에 쓴 글이라 한다.


그들이 몰라서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엄청 공부도 잘하고 누구보다도 똑똑한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하는 짓을 보면 가관이다.
억지소리나 벅벅 해대고, 평화보다 전쟁을 더 사랑하고 있고....
거대한 물줄기에 헤어날 길이 없어 '맹목적인 반북'과 '수구꼴통'을 자청하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발 밑만 보고 안타까워하고 눈 앞에서 멀어져가는 춘삼월 호시절을 잡으려 애쓰지 말고,
10년 후  50년 후를 내다보며 접을 것은 접고 피할 것은 피하고 버릴 것은 버렸으면 좋겠다.
새는 오른 날개 왼 날개가 다 있어야 날수 있다고 했다,
그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건전한 보수의 길이 어디에 있는 지 찾아보는 것이리라.

가져간 돈 다 떨어지고, 빌린 돈마저 다 털리게 되면 그쯤에서 그만 둘 줄도 알아야 된다.
그걸 회복하겠다고 집에 가서 마누라 윽박지르고 쥐어패서 소 판 돈 가져오고,
그마저 다 잃고서 집문서 논문서 밭문서 가져와 잡히고,
나중에는 딸도 팔고 마누라도 팔아 본전찾으려 하지만 결국엔 매만 맞고 쫒겨나는 것이 노름꾼의 최후다.
그리고 밖에 나와선 하늘 쳐다보며 뭐라고 하는 줄 아나?
氏八, 이제 남은 건 不謁(아니 불, 아뢸 알) 두 쪽 밖에 없네 ~~

* P.S : 참고로, 난 내 점수 계산도 제대로 못하기에 고스톱 판엔 끼질 않고, 바둑은 공인 18급이어서 아예 둘 생각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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