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37. 신경림님의 <가난한 사랑노래>

상원통사 2017. 12. 6. 21:48

<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 신 경 림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은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정재찬님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 시의 주제는 '따뜻한 인간애' 혹은 '인간적 진실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진실로 이 시의 주제가 따뜻한 인간애라면 이 시는 사뭇 부드럽고 따스한 어조로 낭송을 해야 할 터,

 나는 도저히 이 시를 그렇게 읽을 방도가 없다.

 특히 점층적 고조에 이른 마지막 부분, "가난하다고해서 왜 모르겠는가"라는 대목은

 울부짖듯이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실제로 이 시 구절 뒤에 욕설 하나를 슬쩍 붙여서 읽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 시의 초점은 가난한 노동자의 따스한 마음에 가 닿는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 현실을 향한 것으로 보아야 옳기 때문이다.

 즉 이 시의 주제는 가난한 이 혹은 노동자로 하여금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우리 현실에 대한 분노와 자조라고 말하는 편이 에누리 없는 진실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욕설 하나 슬쩍 붙여서 다시 읽어 보았다.


<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 신 경 림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은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詩發,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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