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39. 도서관에는 책이 있다

상원통사 2018. 1. 8. 22:07

도서관에 처음 가본 것이 언제더라, 중학교 때가 맞을 것이다.

시험 때가 다가오면 공부한답시고 시내 충장로에 있는 광주학생운동 기념회관의 부설도서관까지 갔는데,

십 리나 되는 머나먼 길을 차비 절약한다고 걸어서 다니곤 했다.

물론 친구들과 같이 가면서 노닥거리는 재미도 쏠쏠했고, 막상 도서관에 도착해서도 놀다 놀다 지치면 겨우 책 좀 보고...

그 때 나는 도서관이란 오직 시험공부하는 곳으로 알았다.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언제였을까, 20여년 전 기술사 시험공부할 때였을 것이다.

광주 우산동에 있는 무등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는데, 툭 트여 답답함이 없는 열람실 분위기가 좋기는 했으나

삐약삐약 중학생 아그들이 어찌나 재잘재잘 떠들어 대는지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 뭐라 나무라지는 못하고 그냥 꾹 참고 가끔씩 인상쓰며 책만 들여다 봤다.

그 때까지도 내게 도서관이란 오직 시험공부 하는 곳이었다.


30박 31일 해외여행을 하려면 체력과 시간과 돈이 있어야 되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

체력은 날마다 108배 하면 갖추어 질 것이고, 퇴직하고 나면 남는게 시간일테니 문제 없지만 돈은?

그래, 돈을 벌어야 한다, 여행경비 마련할 만큼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벌 수 있나? 그렇다고 편의점 알바나 대리운전을 할 수는 없고,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해보자, 어떻게 하면 돈 벌수 있나, 돈버는 공부!

그런데 돈주고 돈버는 책을 사기에는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고 수지도서관에 갔다.


내 머릿속에 입력된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방법 : 

-. '외인출입금지'라 적힌 서고 앞으로 감

-. 색인카드를 열심히 뒤적거려 분류번호(?)를 알아냄

-. 그것을 도서신청서(?)에 적어 작은 창문 안으로 들이밈

-. 한참 기다리면 사서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책을 건네줌


그런데 세상에, 그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서고(종합자료실) 안에 아무나 들어가도 말리는 사람 하나도 없고,

서가에 꽂힌 책을 내 마음대로 뒤적여보고 골라 보아도 안된다는 사람 아무도 없고,

무인 대출기 앞에 가서 버튼만 몇 번 누르면 간단히 빌릴 수 있는 무지무지 편리한 세상!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였지만 키보다 높은 서가에 가득 꽂힌 책들이 눈앞에 쫘악 펼쳐지자

갑자기 가슴이 부풀고 마음을 들뜨며 부자가 된 듯한 충만감은 교보문고 사장자리를 줘도 싫다 할만큼이다.

이 많은 책들을 다 공짜로 볼 수 있어 좋기는 한데, 과연 이 중에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니 누군가 이렇게 적어 놓았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거서(五車書), 즉 다섯 수레에 실을 정도의 책이면 도대체 몇 권이나 될까?

 몇천 권쯤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아야 1~2백 권쯤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당시의 책은 종이 책이 아니라 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글씨를 써서 묶은 대나무 책(竹簡 죽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책 한 권은 상당한 부피와 무게가 나간다."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책을 좀 읽어보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으면 일 년에 50권, 100살까지 읽는다고 봐서 곱하기 40 하면 2,000권,

그 중에 돈주고 사서 집에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은 아마 5~10% 정도 되겠지,

이것을 숫자로 환산하면 1~2백권이 될 것이니 옛 선인들 독서수준은 되겠구나.

40년 장기계획,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하려면 난 어쩔 수 없이 108살 까지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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