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40. 입춘, 추운데 봄이라니

상원통사 2018. 2. 4. 21:22

** 여시아상(如是我想) : 이와 같이 나는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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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엄청 춥다.

어찌된 일인지 금년은 예년보다 훨씬 더 춥고 미세 먼지까지 준동을 한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삼진팔한(三塵八寒)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말세의 징조(?)로 보이지만,

그런 걱정일랑 우리들 몫이고 하늘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또 계절을 바꾸고 있다.

들 入자에 봄 春자, 입춘! 이제 봄에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추운데 봄이라니, 우리 조상님들 계절 감각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해마다 입춘이면 '입춘대길'보다 먼저 떠오르는 생각,

입춘이 와도 아직은 춥고 입추가 지나도 한참 더 더울뿐인데, 왜 이렇게 빠른 날들로 정했을까?

추위에 달달 떨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생각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

까마득히 먼 옛날 달력도 없고 시계도 없던 시절,

나처럼 헛생각 많이 하는 어떤 사람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


칼바람 쌩쌩 불고 사방이 꽁꽁 얼어 이불 속에서 고개도 못 내밀고 지내는 날들인가 싶더니,

어느새 얼음이 녹고 새싹이 터오르고, 혀가 쏙 빠지게 더운 날이 오고 큰 바람이 지나고 나면,

산들바람 살살 불며 먹거리들이 익기 시작하고,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니 다시 또 추워진다.

그래, 가만히 보니 덥고 추운 날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구나,

고것들을 뭐라고 부를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멋지구나!

이름은 예쁜데 언제가 봄이고 언제가 또 가을일까?

낮이 길어지면 그림자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이 신통방통하구나,

그것만이 아니네, 낮이 길어지면 날이 더워지고 밤이 길어지면 반대로 추워지는구나,

밤낮의 길이와 그림자의 길이와 춥고 더운것이 분명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이렸다,

그래, 그림자가 제일 짧고 낮이 제일 긴 날은 더운 여름에 있으니 하지(6/21)라 하고, 

그림자가 제일 길고 밤이 제일 긴 날은 추운 겨울에 있으니 동지(12/22)라 하자,

밤낮의 길이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면 분명히 길이가 같은 날도 있으렷다, 

동지와 하지의 중간에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을 춘분(3/21)이라 하고,

반대로 하지와 동지의 중간에 오는 그런 날을 추분(9/23)이라 하자,

이렇게 하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꼭대기가 확실히 정해졌구나, 그런데 언제부터 봄이 시작되는 걸까?

그렇지, 겨울 꼭대기와 봄의 꼭대기 중간에서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겠구나,

동지와 춘분의 중간을 입춘(2/4)이라 하고, 춘분과 하지의 중간을 입하(5/5)라 하고,

하지와 추분의 중간을 입추(8/7)라 하고, 추분과 동지의 중간을 입동(11/7)이라 하자.


이렇게 하면 8개 절기가 정해지는데, 간격이 45일이나 되니 너무 머네,

그 사이에 2개씩 절기를 더 넣어보자, 그럼 보름에 하나씩이니 이 정도면 써먹기에 충분하구나,

좋아 좋아, 24절기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감히 주장해 볼까, 위대한 발견!

아니면 어쩌지? 그럼 할 수 없지 뭐, 아니면 말고 ~~

물론 1년이 365일이니 정수로 나눠지지 않아 절기가 하루이틀 쯤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


입하가 왜 덥지 않고 입동이 왜 춥지 않은 지 의문을 오늘에야 풀었고,

중요한 사실 또 하나를 덤으로 챙겼다.

우리 조상들은 그 옛날부터 하늘을 알았고, 지금의 나보다 천 배는 더 똑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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