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아직도 여름이지만 하늘은 벌써 가을기운을 띠고 있던 맑디 맑은 어느 날,
우린 또다시 모였는데, 지난 번과 달리 오늘은 이탈자가 많습니다.
약속 많은 이탈자, 급한 일 생긴 이탈자, 몸이 아픈 이탈자....
사정이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버려버리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만 모였습니다.
우린 셋 이상만 되면 두말없이 길을 떠납니다.
오늘 걷는 길은 서울 둘레길 4-2구간, 양재 시민의 숲에서 사당역까지,
거리는 7.6Km, 걸리는 시간은 3시간 20분, 난이도는 중급.
지하철 신분당선 5번 출구로 나와 앞으로 곧장 200미터쯤 가면 보이는 안내소에서부터 오늘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우선 인증샷부터 한 방 찍고 ~~
양재천을 지나는데 아쉽게 놓쳐버린 것 한 가지,
글쎄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바로 눈앞에서 뭔가 큰 짐승 한 마리가 헤엄쳐 건너가는데,
저게 뭘까, 혹시 수달 아닌가, 맞구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덤불 속으로 사라져버렸으니
셔터 누를 시간이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강을 건너서 이제부터는 산길로 접어드는데 ~~
무척 평범하고 굴곡없는 무난한 길이 계속되기에 아무 생각없이 걸다가,
갑자기 눈 앞에 철조망이 나타나 순간 당황했는데 다행히 그 한쪽이 열려 있습니다.
나름대로 추측해봅니다.
아마 사유지인데 둘레길을 만들기 위해 설득하고 설득해서 주인장께서 너른 아량으로 열어주지 않았나 ~~
우면산 대성사
-. 백제 침류왕 원년(384)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동진으로부터 바다를 건너서 한산(서울)으로 들어옴
-. 왕은 그를 궁 안에 머물도록 하였고, 이듬해 10명의 백제인을 출가시켜 승려로 만듬
-. 마라난타는 백제로 오는 동안 생긴 풍토병으로 고생하였는데, 이곳에 와서 약수를 마시고 병이 완쾌됨
-. 이에 대성초당(大聖草堂)을 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성사의 전신이라 전해짐
-. 대성사는 3·1 독립 만세운동 때 불교계 대표로 참가했던 용성(龍城)스님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소실됨
-. 6·25 전쟁 때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었고, 1954년에 중창됨
용성스님, 내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법륜스님을 고등학교 때 출가시키신 분입니다.
법륜 스님은 강의에서 이곳 대성사가 백제의 초전법륜지라 소개하셨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초전법륜지는 전남 영광의 불갑사라 소개되어 있네요.
아무튼, 사전답사를 온 까메오님이 절이 조그맣고 볼 것이 아무 것도 없다기에 멀리서만 보고 그냥 통과합니다.
여기가 어디냐 하면, 예술의 전당 지붕입니다.
MB가 그랬던가요, 내가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천안함은 폭침이 아니다 ~~
나도 노가다를 뛰어봐서 아는데, 용팔이님 뒤에 있는 것은 연도이고, 까메오님 뒤에 있는 것은 냉각탑이다!!
거기서 바라본 서울 하고도 강남,
내 전 재산 다 보태봐야 여기 땅 한 평 값이나 될까 ~~
가진 것 많지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내려놓고 살다보면 발걸음은 가벼워지는 법, 우린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지금부터는 감상용 사진 모음,
햇빛이 도와주지 않아 내놓기에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여기 이 길을 가다 보면 이런 것들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시길 ~~
그렇게 걷다 보니 ~~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폼나게 한 컷!
아, 플래시를 터트렸어야 하는 데, 아쉽네요
여기는 2011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슬픈 일이 벌어졌던 곳,
산사태가 일어나 열여덟이나 되는 사람들이 명을 달리했는데,
이제는 복구작업을 끝내고 표지석을 세워놓았네요.
저 위에서부터 몰려 내려온 토사가 ~~
저 아래까지 계속 밀고 나가 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던 끔찍한 인재,
내력을 읽어보다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 날, 76군데에서 동시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니 ~~
그러나 지나치자마자 또다시 조용하고 한가한 길이 계속되다가 ~~
까메오님이 미리 찜해둔 정자가 저 앞에 보입니다.
우린 준비해온 간식에 보리로 만든 음료수와 고구마로 만든 음료수를 섞어 만든 쏘맥이라는 음료수를 마시며 ~~
가까이는 서울 시내를 굽어보고, 멀리는 목멱산(남산)과 삼각산(북한산)을 바라보니,
이런 시(?)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술 한 모금 목 넘기고 먼 산 한 번 쳐다보고 ~~
크으,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쏘맥에 취해 쪼끔 알딸딸한 기분으로 다시 길을 나서서 ~~
마지막 오르막 길을 오르니 ~~
누군가가 정성들여 쌓아올린 돌탑이 나옵니다.
두 개가 나란히 있으니 부부탑이라 칭해볼까 ~~
여기 이곳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꾸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나네요.
여기는 성산 약수터,
다른 때 같으면 목을 축이고 지났을텐데 지금은 쏘맥이 뱃속에 가득하니 그냥 쳐다만 보고나서 ~~
반듯반듯하고 곧은 나무들이 가득한 곳까지 왔습니다.
그 나무들, 엄청 높지유?
또 실수했네,
플래시를 터트렸어야 하는 데 놓쳤습니다.
우면산 성뒤골
"우면산 자락의 성뒤마을로 가는 고개로 이곳에 성(城)이 있었고 부자가 많이 살았지만
도둑들이 활개를 쳐서 모두 이주한 후 일명 도둑골로 불려졌다 함"
기념비에 적힌 것은 분명 우리 말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표현해 놓았는 지,
아둔한 내 머리로는 무슨 뜻인지 도통 해석하기 힘듭니다.
우면산, 지금까지는 흙만 밟고 와서 흙산인줄 알았는데 여기는 바위가 도드라져 나와 있습니다.
바위산을 지나 서서히 내려가다 보니 ~~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스탬프 찍는 곳이 나오고 ~~
'개조심'하라는 문구에 조심조심하며 동네를 가만가만 내려가니 ~~
드디어 복작거리는 속세가 눈 앞에 나타납니다.
사당역 앞, 어디를 가려는 지 버스 정류장엔 사람들이 나라비 서있습니다.
나도 내일은 저런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겠지만 ~~
그건 내일 시달릴 일이고 오늘은 자유의 몸, 우린 사당역 뒷골목으로 향합니다.
대구 뽈때기에 쏘주 한 잔 간단히 하고 가려 했는데,
용팔이님이 이유없이(?) 한 방 쏘셔서 따따블로 먹고 배가 터질 듯 남산만 해졌습니다.
아, 그리고 또 있구나, 로또복권도 모두에게 한 장씩 주셨는데 아직도 안 맞춰봤네,
1등 당첨 되었는지 확인해야 되니 오늘은 여기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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