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서울 둘레길 4-1구간] 수서역 ~ 양재시민의 숲

상원통사 2017. 6. 28. 23:32

오랫만에 황사도 없고 맑은 하늘이어서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좋아도 너무 좋아서 사진발 안받는 것이 옥의 티인 화창한 어느 초여름 날,

우린 다시 모였습니다.

오늘은 서울 둘레길 4-1구간, 수서역에서 양재시민의 숲까지 걷는 날입니다.

전체 거리는 10.3km,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40분 정도, 난이도는 중급입니다.


지하철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보이는 '서울둘레길 대모산 구간' 안내판,

여기서부터 일정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두 분이 더 오셨습니다.

들에 산에 보이는 온갖 것들의 이름과 특성을 죄다 꿰고 있어, 걸어다니는 식물도감이라 해도 무리가 없는 쪼여사님과

달리고 헤엄치고 페달 밟으며 한 번에 2~3백리 정도는 거뜬히 이겨내는, 근육으로 뭉쳐진 철의 여인 미라님 ~~



첫 걸음부터 오르막 계단으로 시작하는 4-1구간, 난이도가 중급이라 했는데 맞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 둘레길의 좋은 점 하나,

표지판이 무척 잘되어 있어 갈림길에서도 길을 잘못들거나 헤맬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설사 표지판이 없더라도 근처 나뭇가지엔 틀림없이 주황색 리본이 걸려 있을 것이니 그걸 지표삼아도 O.K.



요건 인동초 꽃이고 ~~



요건 화살나무라는 쪼여사님의 설명.



그렇게 자연공부 하면서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



어느 분이 10여년에 걸쳐 쌓았다는 우리 키보다 높은 돌탑이 나옵니다.



그 옆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

어르신들의 부탁을 받은 까메오님이 사진찍는 포즈까지 챙겨주며 한 컷 ~~



우리도 모두 모여 한 컷 ~~



말 많고 탈 많았던 롯데월드도 한 컷 ~~



그리고 저 멀리 북한산도 한 컷,

오늘 참말로 하늘이 맑지유우 ~~



우와, 이 나무는 키가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100자쯤?



여기는 실로암 약수터, 입구에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약수란 무엇인가?

"좋은 물이란 어떤 물을 말하는 것인가,

 우선 수온이 1년 내내 변함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아야 되며,

 각종 미네랄과 용해성 무기질을 적당량 함유하고 있으며, 유리성 탄산가스를 알맞게 함유한 약한 산성이어야 한다.

 완벽한 물이라면 인체에 해로운 균이나 유독한 성분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로부터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고 까다롭게 따졌던 품천가(品泉家)들은

 맑고, 차고, 부드럽고, 가볍고, 아름답고, 맛이 좋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탈이 없는 물을 최고로 쳐주었다.

 이를 물의 여덟가지 덕목이라 한다."



남들은 다 못보고 지나쳤지만 ~~



내 눈에는 잡혔습니다.

어때요, 사람 얼굴 같지 않아요? 이마, 눈, 코, 입, 뺨, 목, 가슴까지....

햇볕이 강하지 않다면 훨씬 더 선명하게 잡을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높디 높은 나무 사이를 지나서 걷다보면 ~~



경주 남산이 아닌 서울 대모산의 불국사가 나옵니다.

-. 고려 공민왕 2년(1385) 진정국사께서 창건한 절

-. 6·25 사변 때 사찰은 전부 소실되었지만 약사부처님만은 해를 입지 않았음

-. 약사부처님은 600년 이상된 고불(古佛)로서, 인근 각처에서 기도 발원하여 소원을 이루고 가피를 입은 영험한 부처라 함

* 약사여래(來) :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없애며 현세의 복락을 이루게 하는 부처



약사보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살빼는 비결(?)을 여쭤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부처님의 명을 받아 지나가는 중생을 굽어 살펴보고 있는 견공께서 한 마디 합니다.

'식탐이 문제로다. 먹는 것을 반으로 줄이면 되는데 그것도 모르나~~'



여기는 대모산 유아숲 체험장,

근데 아이들은 없고 ~~



어른들만 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또 길을 나서는데 ~~ 



눈썰미 좋은 까메오님이 사진찍으면 예쁜 곳을 찾았습니다.



통나무로 옹벽을 만든 절벽길을 지나고 ~~



하늘을 날다 명을 달리한 세 분의 추모비도 지나고 ~~



내리막길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다보니 ~~



개암약수터가 나옵니다.



여기는 의자도 있고 쉼터도 있어 ~~



각자가 챙겨온 간식을 꺼내놓고 ~~



'위하여~'를 외치며 목을 축입니다.

오늘은 맥주 파티!

카스 맥주에, 클라우드 맥주에, 이름 모르는 수입 맥주에, 참이슬 맥주(?)에 백산수 맥주(?)까지~~



가던 길에서 살짝 삐져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능인선원에 들러보고자 길을 내려가는데,

절보다 먼저 보이는 것이 부처님입니다.



절터는 좁고 건물은 커서 사진기 들이밀 곳이 마땅찮아 망설이던 중,

개방형 인조 석굴 안에 계시는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약사여래대불

-. 속리산 법주사의 미륵대불보다 5m가 더 높은 38m로 동양 최대규모

-. 능인선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여 2015년 점안식을 가짐

-. 대불 조성에 들어간 청동만 100톤이며 총건립비는 120억원 소요


좁은 땅 큰 건물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앉아계신 부처님 말씀,

'면벽하고 오래 앉아있으려니 엉덩이가 먼저 아프구나,

 그 돈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무료 진료소 세우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약사여래불만큼 큰 나무숲을 지나 ~~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두어 번 지나니 ~~



구룡산 산자락은 끝나고 ~~



인가가 보입니다.

요런 동네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 날이 내게도 올 수 있을까?

어림도 없지, 욕심을 내려놓거라~~



헌릉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지나 ~~



여의천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다리를 지나려다가 ~~



마지막으로 단체사진을 한 방 찍고 ~~



아니 두 번 찍었구나,

에구구, 배 좀 봐라 ~~



여의천변을 따라 북쪽으로 걷다보니 ~~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아래 다리가 나오는데 ~~



머리에 까만 깃털이 있는 학(?)이 있어 한참을 쳐다 보아도 움직이지 않기에 ~~



돌맹이를 하나 집어 휙 던졌더니 요로코롬 날아가다가 ~~



여기에 내려앉아 한 마디 합니다.

'쨔샤, 명상하고 있는데 왜 방해하는거야,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이렇게 해찰하다 보니 일행은 간 곳 없고 나만 홀로 남았습니다.

애구구, 큰일났네 ~~ 



열심히 걸어서 양재 시민의 숲에 들어오니 무슨 기념탑 같은 것이 보이는 데 ~~



그렇습니다.

87년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858기가 폭파되어 희생된 분들을 위한 위령탑입니다.

내가 근무하던 현장, 내 책상 너머에서 날마다 얼굴을 마주치던 사람도 둘이나 있었고, 인근 현장 사람들도 많이 탔었읍니다.

모두모두 삼가 명복을 빕니다!!!



6·25 때 활약했던 백마 유격부대 충혼탑



윤봉길 의사 기념관도 들러야 하지만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길을 재촉하는 데,

이상한 나라 사람들이 있어 기웃기웃 구경하다가 그냥 뒤에서 한 컷,

요즘 아그들은 요로코롬 코스프레하면서 논다고 하니,

이런 걸 전혀 이해 못하는 나도 참 많이 늙었군요~~



여기서 서울 둘레길 스탬프 찍으면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



배는 고프지만 꾹꾹 참으며 이 집까지 왔습니다.

왜냐고요?

이집 주인 내외가 수서역까지 와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생수를 한 병씩 나줘주었어요,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막걸리 얻어먹고 고무신 받고도 그 사람 안찍으면 뒤통수가 근지러웠잖아요.

음식 맛이요? 직접 와서 드셔보세요 ~~



다음에는 날이 서늘해지는 9월에 만나기로 했으니 당분간 서울 둘레길은 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