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23. 꿀벌이 무서워 ~~

상원통사 2017. 4. 28. 22:45

애앵 ~~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벌들이 왜 이러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점퍼를 머리 위까지 올리고 숨을 죽이며 지나가길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다.

앵앵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날면서 부딪히는 놈, 머리 위에 앉은 놈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머리에 붙은 놈은 털어내고 머리 위로 나는 놈들은 휘저어 쫒아보려 하지만 헛수고,

휘젓는 손에 맞아 나가 떨어지는 감각이 점점 더 잦아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따끔,

앗차, 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반사적으로 머리는 땅으로 더 숙이고 부채질 하듯이 손을 내저어보지만,

앵앵 소리는 이제 웅~웅~으로 변하고, 날개짓하는 바람결까지 느껴지며 또 한 번 따끔하자 공포감마저 몰려온다.

이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릴없이 손만 휘젓고 있는데,

저만큼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의 후배가 내 꼬락서니를 보고선 재빨리 벌망을 가져와 머리에 씌워준다.

겨우 눈을 떠보니 머리 위를 날고 있는 녀석들이 수백 마리도 넘게 보이는 것은 꼭 공포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 무섬증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숨이라도 좀 쉴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망 안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또다시 따끔거린다.

들어오던 정신이 다시 또 나가며 머릿속은 하얘지고, 반사적으로 손뼉을 치며 망안에 들어온 벌을 때려 잡는데,

"차에 타, 타서 창문을 조금만 열어놔, 따라 들어온 벌들은 문틈으로 빠져 나가니 괜찮을거야~~"

분명 옆에서 말하건만 마치 꿈속에서 들리는 듯하는 친구 목소리, 그리고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몸은 친구 말대로 따라 움직인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창문을 조금 열고 조금씩 그 지옥을 빠져나온다, 고맙다고 그냥 간다고 인사할 생각조차도 못하고....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은 곳에 차를 세우고, 얼굴에 썼던 망을 벗고 이마를 만져보니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꿀이 안들어올 때엔 벌들이 사나워지는데, 금년은 특히나 더 심하다.

 벌망을 써도 소용없어. 모자 밖에서 쏴대는데 몇 방이나 쏘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앵앵거려 겁이 나는데 친구 말까지 들으니 더욱더 움츠려든다.

와송밭에 돋아나는 잡풀들을 거의 다 뽑았을 무렵, 허리가 아파 일어나 벌망을 벗고 기지개를 켜는데,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리가 다가와 왼쪽 귓볼에 침을 한 방 쏘았다.

이게 그만하라는 신호로구나, 건성건성 일을 마무리하고 벌망을 벗어 제자리에 놓고 차를 세워놓은 곳으로 와서,

친구에게 우리 먼저 간다고 인사하려는데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벌들이 떼로 몰려와 공격을 한 것이었다.

앞 이마에 세 방, 왼쪽 관자놀이에 한 방, 왼쪽 눈꺼풀에 한 방, 왼쪽 귓바퀴에 한 방,

그리고 왼손 손목에 한 방까지 합하여 도합 일곱 방이나 쏘였으니 내 생전에 이렇게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약국에 들러 연고를 하나 사서 바를 때까지만 해도 조금 붓다가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 거울을 보니 부어오른 꼴이 가관이었다. 사진을 보라 ~~

나야 내 얼굴이 안보이니 상관없지만, 남들이 내 얼굴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어 지하철 대신 승용차로 출근,

사무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이 봄에 벌에 쏘인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만큼에서 그칠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부어올라 이제는 왼쪽 눈이 감겨서 앞이 잘 안 보일 정도,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아 벌에 쏘였다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 하는 말씀 왈,

"나도 쏘여봐서 아는데 사흘 이상 지나야 돼요. 부기 빼려면 얼음찜질 열심히 하세요."

그 선생님이 진짜 명의다.

주사 맞고, 광선 쏘이고, 약 먹고, 연고 발라도 소용이 없다,

벌에 쏘인 데는 시간이 약이다. 나흘이 지나면서부터야 부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열심히 얼음찜질 한 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갔을 것이다.


요즘 벌이 아무리 사납기로서니 즈그들한테 아무런 해도 끼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떼로 덤벼들었을까?

나름대로 벌의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꿀벌은 침을 쏘고 나면 죽는다, 그러니 목숨을 바칠 만큼 위급한 상황에 닥쳐서야 침을 사용할 것이다.

침이 들어간 자리에선 특유의 냄새가 퍼진다, 동료들에게 여기 내가 목숨을 바칠만큼 나쁜 적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알리기 위함이다.

그렇게 이해하면 내가 당한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내 왼쪽 귓볼에서 적의 냄새를 풍겼을 것이고, 그 적이 자기들 보금자리 근처로 가까와지니 경계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자 모두들 달려와 목숨바쳐 침을 퍼부었다.

왼쪽 귓볼, 왼쪽 관자놀이, 왼쪽 눈꺼풀, 왼쪽 손목, 모두 다 왼쪽인 것을 보면 나는 추측을 한 게 아니라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1분만 참았으면 될 것을 그 새를 못참고 목숨까지 바칠게 뭐람~~

덕분에 7만원 벌었다. 봉침 한 방에 만 원이란다. ㅎㅎㅎ


* 오늘의 꿀팁 : 벌에 쏘이면 얼음찜질 하세요, 부기 빼는 데는 얼음찜질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