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22. 새 차가 너무 좋아~~

상원통사 2017. 4. 24. 22:20

나    : 이번에 차를 새로 바꿨는데 너무 좋다, 차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어.

친구 : 뭘로 바꿨는데 그리 좋냐?

나    : 산타페, 후진 기어 넣으면 카메라가 뒤를 비쳐주고, USB도 꽂을 수 있어!

친구 : (손뼉을 치며) 으하하하하~~~(이런 걸 박장대소라고 한다)

나    : ???


10년 넘은 경유차를 폐차하면 보조금을 준다는 뉴스를 접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12년 된 트라제 중고차 가격은 250만원,

정부 방침에 따라 폐차하면 보조금, 세금혜택, 고철값, 특별할인 등 합하여 370만원,

거기다가 자동차회사에서 주는 요런 혜택 저런 혜택을 더하니 55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차를 바꾸자, 오랫만에 새차 한 번 몰아보자,

바꾸자고 하면 당연히 찬성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아내,

잘 나가는 차를 왜 바꾸느냐, 아직 한참 더 타도 문제없지 않느냐,

폐차한다는 것은 차가 죽는 것이다, 그동안 정들었는데 너무 불쌍하지 않냐,

아니다, 20만 Km 넘었으니 이제 수명이 거의 다 되었다,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공해를 유발하는 차는 없애야 된다,

정상적인 차를 폐차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을 보면 폐차가 아니라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같다(거짓말했음),

이번에 바꾸더라도 앞으로 우리에게 새차 살 기회는 한 번 밖에 안남았다, 80 넘어서 운전할 수 있겠나...

딸아이까지 엄마 말에 동조하고 나섰지만, 부권을 앞세우고 강요 반에 설득 반을 더하여 드디어 새차로 바꾸는 데 성공!

이름하야 시승식을 하던 날,

800곡이 넘는 노래를 USB에 담아, 숲속같이 조용한 차안에서 틀어주었더니 아내 하는 말,

"음악감상실 같아요~~"


83년 5월 25일,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부임받은 현장은 이라크 하고도 바그다드,

친구들 중 처음으로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날아갔던 때였으니, 그야말로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거기에선 외국 영화에서나 보았던 낯선 장면이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른바 자가운전,

Camp(숙소)에서 Site(현장)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운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입사원의 눈에는 그것들이 얼마나 멋있고 부러워 보였던지...


그 때 주로 이용했던 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1, 

편의장치라곤 시가 라이터와 라디오뿐, 에어컨도 달려있었지만 고장나기 일쑤,

그러나 현장 소장님의 차는 급이 달랐다, 토요다 수퍼살롱 2.8,

우리는 창문을 열려면 낑낑대며 돌려야 했는데, 그 차는 버튼만 누르면 저 혼자 알아서 자동으로 오르내렸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89년, 국내 현장에 부임하여 광주 집에서 출퇴근하던 시절,

여기저기 다닐 곳이 많았던 탓에 택시비가 너무 많이 들어 60개월 할부로 새차를 한 대 뽑았다, 엑셀 GL,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겨우 몇 대밖에 없던 시절,

앞 창문도 자동으로 움직이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왔으니 내게는 그만하면 충분했지만,

나중에 아내가 운전을 배우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사양을 높이기로 했다.

앞으로 차를 살 때는 파워 핸들에 자동 기어는 꼭 넣어야지...


누군가는 기왕이면 조금 더 보태어 외제차를 사지 그랬냐고 한다.

그럴 수도 있었다, 내 나이도 그렇고  그 정도 능력도 되고...

하지만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도 타고 다니는게 수입차이니 어지간히 투자해서는 목에 힘주기도 힘들고,

돈 더 들여 좋은 차 사면 좀더 낫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까에는 물음표를 던진다.

자동창문에, 파워핸들에, 자동기어까지 모두다 만족시키고, 더하여 연비 좋고 조용하고 내려다보며 운전하는 안전한 차,

아직도 편의장치 작동법도 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필요한 건 모두 갖추었으니, 내게는 충분을 넘어 호사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남들보다 좋은 것, 희귀한 것, 비싼 것 가졌다고 으스대며 사는 것도 세상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만,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보면 작은 것 하찮은 것마저도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바이마흐가 이건희에게 주는 행복감과 산타페가 내게 주는 행복감 중 어느 것이 더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