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25. '차칵' 카메라

상원통사 2017. 7. 6. 23:04

찰칵!

이 소리가 아니다, 이보다는 더 짧다, 그럼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고민, 고민, 고민...

차칵!

그렇구나, 'ㄹ' 받침을 빼니까 더 비슷하구나, 당첨!!!

이제부터 내 카메라 소리는 '차칵'이다.


새로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여 처음으로 셔터를 눌러보는 순간,

검지 손가락 끝으로 전해오는 가늘고 연한 떨림과 함께 귀에 들려오는 찰나(刹那, 1/75초)보다 더 짧은 소리,

예전 카메라에서는 도저히 느껴보지 못했던 짜릿한 감각이다.

그것뿐인가, 사진을 화면에 띄워 보니 정말 대낮같이 환하게 보인다.

방안에서 그것도 어두운 곳을 향하여 플래시도 터트리지 않고 찍었는데 이렇게 환할 줄이야,

아, 이래서 돈 많이 들여 비싼 카메라를 사는 모양이구나~~


작년 한 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지라, 1년도 넘게 묵혀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어 켜는 순간,

렌즈가 부착되지 않았다는 경고문이 뜨질 않나, 메모리 카드가 없다는 경고문이 뜨질 않나...

그래도 껐다 켰다를 몇 번 반복하니 정상으로 돌아오기에 괜찮겠다 싶어 일본 여행시 갖고 갔었는데, 

이틀 째 되던 날 다시 또 오작동, 이것 저것 눌러보고 껐다켰다 해보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겨우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다.

또 그러면 어쩔까 불안한 마음 접어두기도 힘들었지만, 더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아 남은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려 화면에 띄워보니, 사흘째 되는 날 사진들에서 가운데가 하얗게 바랜 부분이 보인다.

아이쿠, 이거 큰일났구나, 나머지 사진들도 다 그러면 어쩌나,

엄청 걱정하며 살펴보았는데 그 다음날 사진부터는 이상이 없었다, 불행 중 천만 다행!


이 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고쳐서 쓸까 새로 하나 살까?

실력도 변변찮은 주제에 바꾸기는 뭘 바꿔, 그냥 수리해서 써야지,

아니다, 가끔씩 아쉬움을 느꼈잖아, 이젠 왕초보용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 카메라 산 지도 벌써 5년, 5만 컷이나 찍었으니 이번 기회에 바꿀까?(초보용 카메라 수명은 5만~10만컷)

바꾼다면 중급정도는 되어야 할 것인데, 렌즈 포함하면 족히 500만원은 넘게 들겠구나,

너무 부담 되네, 그냥 고쳐서 좀 더 쓰다가 나중에 바꾸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면서 중얼중얼하는 나를 보더니 아내가 다가와 물어본다.


아내 : 카메라 사게요?

나    : 아니, 그냥 보는거요.

아내 : 아닌 것 같은데 ~~

나    : 생각은 있는데 너무 비싸요. 5~6백 만원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들어서...

아내 : 걱정 말아요. 나한테 있어요. 좋아하는 것 하고 살아요!


아아, 감격, 자기를 위해서는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것도 벌벌 떨면서....

이 연사, 두 손 들어 힘차게 외칩니다,

우리나라에 나보다 더 결혼 잘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그 때부터 행복한 나날,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날들이 시작된다.

올림푸스, 니콘은 이미 써봤으니 이번에는 캐논을 한 번 써보는 것이 어떨까,

어라, 근데 캐논에는 내장 플래시가 없네, 왜 그러지?

아아, 니콘도 고급 기종엔 내장 플래시가 없구나, 새로운 걸 알았네,

외장 플래시가 폼나고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 들고 다니면서 붙였다 뗐다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

그래, 외장 플래시는 선수들이나 사용하라 하고 나같이 돌아다니며 찍는 사람에게는 내장 플래시가 더 낫다,

니콘도 한두 종류가 아닌데 어떤 게 좋을까, 우선 비교표를 만들어 보자,

예전에 D700이 유행이었으니 이것과 비슷한 모델들은 D600, D610, D750, D800, D800E, D810 등등,

비교해 볼 것은 출시년도, 금액, 화소수, EXPEED,  ISO, 셔터속도, 연사속도, 초점영역, 동영상, 무게.......

그래, 이렇게 표로 만들어놓고 보니 한 눈에 보이는구나, 이것저것 고려해봤을 때 D750이 적당하겠다!


바디를 한 급 올렸으니 렌즈도 밝은 것으로 해야지, 표준 줌렌즈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니콘 정품은 220만원, 우와 너무 비싸다, 서드파티(Third Party)는 어떨까,

탐론 24-70mm F2.8이 95만원,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성능은 어떨까,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사용후기를 찾아보니 다들 만족해한다.

그래, 탐론 렌즈로 결정하자, 근데 내가 정말로 잘 선택한 것일까?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보자,

카메라에 일가견이 있는 1인 다큐멘터리 작가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캐논을 사용해서 니콘은 잘 모르겠지만, 사양만 비교해본다면 가성비가 캐논보다 훨씬 더 좋단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웨딩포토 찍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이에게 한 번 더 물어봤더니,

자기는 캐논 6D 바디에 탐론 24-70 렌즈로 동영상을 찍어주고 있다, 아마추어에게 그 정도면 훌륭하다.

그래, 이렇게 결정하자, 그래도 2% 아쉬운 것 같다, 왜 그러지?

에라, 내친 김에 가성비 좋은 니콘 50mm F1.8 단렌즈까지 보태자, 그래도 300만원을 넘지 않는구나, 대만족~~


카메라 가방만 봐도 기분이 좋고,

목에 매면 약간 무겁게 느껴지는 것마저도 은근히 기분을 좋게 하고,

어두운 곳 찍은 사진을 화면에 띄웠을 때 환한 모습을 보면 더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10년은 너끈히 즐길 수 있는 나의 또 하나의 보물, 아래 사진이 있으니 감상해 보시라!!!





'한 생각 바꾸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 부끄럽다는 것  (0) 2017.07.16
26. 지켜본다는 것  (0) 2017.07.11
24. 바라옵건데, 경호에 신경써 주십시오!  (0) 2017.05.19
23. 꿀벌이 무서워 ~~  (0) 2017.04.28
22. 새 차가 너무 좋아~~  (0)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