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아상(如是我想) : 이와 같이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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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깨질 것 같지 않던 철옹성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하고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이번에는 자진해서 그 성벽을 부숴주고 있다.
비록 상식을 벗어난 방법을 취한 것이 흠이기는 하나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그녀를 비난만 할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고마와해야 할 일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국민 대통합!
말이 쉬운 것이지 실제로 오천만 국민이 하나로 뭉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녀도 취임 초부터 줄기차게 외쳤던 것이 국민 대통합이었지만 절반의 국민들은 꿈쩍도 안했는데,
스스로 구렁텅이에 몸을 던지자 신기하게도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96%가 외친다.
하야하라! 탄핵해라!
바람 불면 꺼질 줄 알았던 촛불은 점점 더 타올라 횃불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만 향할 줄 알았던 그 불길은 이제 여의도로 번져나가 여차하면 섬 전체를 태워버릴 기세다.
무서운 단결력으로 지구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위대한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들,
그 뒤에는 몸 바쳐 불쏘시개가 되어준 고마운 이가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건전보수와 수구꼴통의 분리!
드디어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나뉘지 않았던 우파와 극우파가 정의의 깃발아래 나뉘고 있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집단과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그들은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 나라를 지탱해 줄 오른 날개는 꼭 필요하지만, 그 끝에서 단물만 빨아먹는 기생충들은 없어져야 한다.
그들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는 있었지만 나뉠만한 특별한 명분과 계기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제 그녀가 몸을 던져 멍석을 깔아주었고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살신성인의 정신이 갸륵하지 아니한가!
지역감정 타파!
역사적으로 보면 대구는 그런 도시가 아니었다.
일제에 항거하고 기득권에 저항하고 민초들의 바램에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서 왔었는데,
한 독재자의 영구집권 획책에 휘말리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내 것밖에 모르는 쫌팽이들로 변해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아무리 소원하고 애를 써도 끝내 허물어지지 않던 반백년 묵은 장막이었는데,
그녀에게 이런 일쯤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고맙고 또 고맙다고 절을 열 자리는 해야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물어볼 지도 모른다. “광주는요?”
가진 자 누린 자가 내려놓기 시작하면, 가난한 자 핍박받던 자들은 스르르 녹아 한 몸이 될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
독재자에 대한 허상 제거!
일부 사람들은 신과 같은 존재로까지 떠받들던 사람의 겉껍질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거기까지만 해도 놀라운 일인데, 인자하신 국모마저도 조카사위의 입을 통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입에 올리려면 주변을 먼저 살펴야 했던 김재규라는 이름이 공공연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신을 가진 그녀이기에 친아버지의 잘못이 온 천하에 드러날 수 있도록 언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역사 교육이 어떤 것인지, 그 길을 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아무도 못했던 일을 하고 있기에 너무도 고맙지만, 염치없게도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비록 이 순간은 분노하는 마음이 가득하여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당신이 크게 한 발 물러서버리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당신만이 아니라 우수리 4%까지 합쳐서 모두가 조금씩만 더 애를 써줘야 이 분노가 다져져서 우리의 앞날이 탄탄해 질 것이다.
머리손질도 숨기고, 프로포폴도 모르고, 야동은 있지도 않았다고 끝까지 발뺌하다가,
증거를 들이대면 그때야 그랬을 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는 척하여 끝까지 우리 부아를 돋아주어야 한다.
눈이 꼭 치와와를 닮은 환관과 그 무리들은 주인을 에워싸고 온갖 비난을 막아내는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고,
집에서 TV만 보면서 분노에 떨고 있는 200만 박사모들은 하루빨리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어 그녀를 찬양해야 하고,
가스통 할배들은 가스통을 들고, 어버이 연합은 지팡이를 들고, 일베들은 가면을 벗고 거리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염장을 계속 질러야 우리들은 그 뻔뻔함에 진저리를 치게 될 것이고,
온 몸이 부르르 부르르 떨려야 우리 안에 눌어붙어있던 낡은 때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달라질 것이고, 달라진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선과 악의 개념을 흔들어버렸고, 애국과 매국의 뜻을 뒤바꿔버린 이승만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국민을 위한 진심이었는지 영구집권의 꿈을 실천하는 도구였는지, 박정희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뿐이겠는가, 정의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았기에 동서가 화합하고 세대 간의 갈등이 없어질 것이고,
손석희 키즈가 마이크를 잡고 펜을 굴리기에 언론은 진실만을 보여주게 될 것이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와 백성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될 것이고,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위해줄 줄 알아, 가까운 장래에 통일을 이루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아버지는 물질적인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배부른 삶을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면,
딸은 정신적인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대를 이어 우리를 위해 몸 바치는 모녀가 어찌 이리도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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