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꾸면 ~~

11. 명리학 소고

상원통사 2015. 11. 9. 21:29

갑자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조심스레 묻는다.

후배  중국 현장으로 가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나요?

나     바뀌었어.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가기로 했네.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어.

           근데 왜 물어보시나?

후배  틈이 좀 나서 선배님 사주를 다시 한 번 풀어보았습니다.

           근데 아무리 풀어 봐도 금년엔 절대로 해외에 나갈 운이 아니거든요.

           전에 중국 현장으로 가신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정말로 내가 제대로 푼 것인지 확인도 할 겸 전화 드리는 겁니다.

 

그랬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는데 극적으로 바뀌었다.

중국현장으로 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기에, 그간 근무하고 있던 현장의 업무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고나서,

단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집 떠나 근무하는게 너무 싫다고 푸념섞인 투로 신세한탄을 했더니,

돈 안들이고 바람 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나 같으면 중국이 아니라 제주도라도 보내주기만 하면 좋겠다.

 혹시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니, 자원하는 사람과 바꿔달라고 이야기 해보는 것이 어떤가?’

라고 생각지도 못한 조언을 해주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팀장에게 부탁했었다.

근데 며칠 후 바로 답이 왔다.

OO현장에 필요한 직원 모집공고를 냈더니 중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지원을 했고,

마침 본인도 중국현장에 근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나와 바꿔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제 다 포기하고 보따리 꾸릴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낭보를 접했던 것이다.

 

그렇게 운명(?)이 바뀌어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던 도중, 후배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전에 같이 근무할 때도 후배는 송하비결이니 한단고기니 하는 책들을 즐겨보고,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회사가 쫄딱 망하여 뿔뿔이 헤어졌다가, 7년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 퇴직 후엔 명리학 연구소를 하나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희망찬 노후 계획까지 펼쳐보이는 그는,

책 보는 것 좋아하고 체질에도 맞을 것 같으니 내게 명리학 공부를 해보라고 연거푸 권했다.

 

그래, 그것도 재미있겠다.

학창시절 장난스레 손금 봐준다고만 해도 다들 거리낌없이 손을 내미는데,

공짜로 사주팔자를 풀어준다고 하면 처음보는 사람일지라도 좋아할 것 아니겠는가,

그럼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사람 사귀기도 쉬워질 것이고, 잘하면 밥도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새파랗게 젊은 사람보다 머리 허연 사람이 운세 얘기를 하는 게 훨씬 더 무게있고 멋있어 보일 것이니,

10년쯤 계획으로 명리학 공부를 하여 돌팔이 운명철학자(?)가 되어보자!!

하여, 수지도서관에서 왕초보편부터 점차 수준을 높이며 명리학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나와는 상극인지 한자가 방해를 놓는지 몰라도 그저 보기만 하면 졸음이 먼저 찾아오고,

눈으로 들어온 글자는 곧바로 귀로 빠져나가버리니 몇 달 열심히 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하나는 외웠다. ····

 

명리학(命理學)이란 사람이 태어난 연···(年月日時)의 네 간지(干支),

곧 사주(四柱)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으로 사주학(四柱學)이라고도 하고,

()의 이허중(李虛中)이 개인의 사주를 근거로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방법을 체계화하였기에 당사주(唐四柱)라고도 하고,

()의 서자평(徐子平)이 출생한 연월일시의 간지 여덟 글자로 운명을 추리하는 법을 체계화했기에 팔자학(八字學)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을 타고났다 할지라도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 한다.

조용헌님은 그의 책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주팔자란 전생 성적표’이다. 전생의 성적에 따라서 현생의 삶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중학교 다닐 때 학급에서 꼴찌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고 해서 갑자기 일등하기는 어렵다.

그런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것만 해도 그런데 타고난 사주팔자를 고치는 데는 오죽 하겠는가마는,

강호파들 사이에 비밀리에 전승되는 '팔자 고치는 법'을 여기 소개하니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적선(積善)을 하라.

팔자 고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금을 막론하고 적선이다.

복을 받으려 하기 전에 복을 먼저 지어야 그 복이 새끼치고 이자가 붙어서 돌아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

 

둘째, 명상(暝想)을 하라.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게 고수들의 진단이다.

명상과 기도를 많이 한 사람은 안색과 눈빛부터가 다르다. 

 

셋째, 명당터를 잡아라.

명당에는 집터(陽宅)와 묘터(陰宅) 두 가지가 있는데, 예전에는 한 가지라도 좋은 곳을 잡으면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즈음에 있어서는 양택은 아파트요, 음택은 화장(火葬)이 대세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와 포클레인의 등장으로 전국 산천의 기맥이 파괴되었기에 이 방법을 선택하기는 어렵게 되어버렸다.

 

넷째, 독서를 하라.

책을 많이 읽는 것이야말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다섯째, 명리학을 공부하라.

팔자를 알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시행착오의 대부분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데서 나온다.

과욕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수가 많고, 분수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절하 하는 수가 많다.

팔자의 핵심은 때()를 아는 일이다.

내 인생이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 씨 뿌리려고 덤벼드는 사람은 때를 모르는 사람이다.

때를 모르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부지(不知)’라고 부른다.

적어도 군자라면 자신의 명리(命理)는 대강 짐작하고 있어야 한다.

 

사주팔자는 바꿀 수 있다.

위의 다섯 가지 노선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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