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강에서 계속)
바라밀다(波羅蜜多, pāramitā, 파라미타)는 ‘바라밀(波羅蜜)’로 줄여서 쓰기도 하는데,
한자어로는 '도피안(이를 到, 저 彼, 언덕 岸)'으로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건너감’을 뜻합니다.
인도에서는 무명, 고통, 괴로움, 무지, 미혹, 번뇌의 세계, 사바세계 등
괴로움을 갖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중생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차안(此彼, 이 언덕)이라 하고,
밝음, 자유로운 해탈, 괴로움이 없는 열반, 부처, 정토, 극락 등
괴로움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세계를 피안(彼彼, 저 언덕)이라 합니다.
즉,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넌다’는 뜻의 파라미타는
괴로움으로부터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속박을 받는 세계로부터 속박이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왜 ‘언덕’이란 말이 나왔을까요?
인도의 힌두스텐 대평원은 히말라야 산에서 발원한 많은 작은 강들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이 작은 강들이 모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큰 강(갠지스강)을 이루는데,
그 강과 강을 경계로 동서로는 좁고 남북으로는 길게 고대 국가들이 많이 형성되었습니다.
그 나라 안에는 신분이 낮다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신체가 불구라고 해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거기서 해방되는 길은 오로지 국경을 넘어 도망치는 길, 즉 강 건너 언덕을 넘는 길 밖에 없었기에,
강 건너 저 언덕너머를 괴로움이 없고 속박이 없고 차별이 없는 이상세계로 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 자기 조상들(아리안족)이 살았던 서쪽을 요순세상처럼 차별 없고 풍요로운 땅으로 이상화하여
극락세계의 방향도 서쪽으로 잡아 서방정토로 이야기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인도와 달리 평야가 아니고 대부분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고개를 넘는 것이 현실의 괴로움과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으므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것도 그런 표현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데, 나 혼자 가면 소승이고 같이 가면 대승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무도 안 넘어가니까 나도 안 넘어가고 그냥 여기서 살겠다’ 이게 중생이고,
‘세상 사람이 다 안가더라도 나 혼자만이라도 가야 되겠다’ 이러면 소승입니다.
근데 소승에서는 이게 변질이 되어 ‘너야 가든지 말든지 나만 가면 된다’ 로 바뀌었습니다.
‘남이 다 안가더라도 나는 꼭 가야 되겠다’ 라는 것과,
‘느그야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고 나만 가면 된다’ 라는 것은 그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이것은 세상을 외면하고 나만 챙기는 것이 되기 때문에 소승이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대승이 소승을 비판한 것은 이런 것이지 원래의 수행법이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나는 꼭 가야 되겠다’ 이런 소승 계율을 지켜야 하며 이런 마음으로 수행을 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서 대승은 나만 가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이 가야 된다’ 입니다.
그런데 대승이 잘못되면 ‘다른 사람도 안 가니 나도 안 가고 같이 있겠다’ 이렇게 됩니다.
대승은 가야 대승이지 안가면 일반 범부중생과 다름이 없습니다.
소승에서 ‘가겠다’는 ‘남이 안가더라도 나는 꼭 가야 되겠다’는 것을 말하고,
대승에서 ‘내가 안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람들을 보내겠다’는 ‘다 데리고 가겠다’는 열의를 말하는 것인데,
소승이 잘못되면 ‘느그야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고 나만 가면 된다’로 바뀌게 되고,
대승이 잘못되면 나도 이 사람들과 같이 안 가는 것이니 중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부처님이 중생과 같이 가라고 했으니 ‘중생이 담배피우면 나도 같이 피워야지 혼자 안피우면 소승이다’,
대승하는 사람들이 이런 논리 많이 펴는데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소승이 나쁘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지, 부처님은 본래 소승법을 가르친 바가 없습니다.
아무도 안 가는데 우선 ‘나라도 가야 되겠다’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남편이나 자식보다 먼저 해탈을 하면, 그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대승은 남을 데리고 가겠다는 정열이 강한데, 이것도 집착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 남편도 불교 믿게 해야지’ 하면서 남편을 정토회에 데리고 오는 것은 남편을 뜯어고치겠다는 집착입니다.
또 법문 듣고 기억에 남으니까 ‘우리 아들이 저거 들어야 되는데’ 하고 애를 끄집고 옵니다.
여기 상담신청 하는 사람 중에 애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많은데 그건 옳지 않습니다.
가르침은 자기가 받아야 하는 것이지, 남에게 적용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우선 자기가 체험을 해보고서 좋은 줄 알고, 생각을 바꾸고 살아보니 좋은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속 썩이는 남편과 입학시험에 떨어진 자식을 위해 도움되는 것을 해야 합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을 위해서 하지만 내가 하는 것보다 스님이 좀 도와주시면 더 좋겠다,
안 고쳐도 나는 괜찮지만 고치면 남편이 더 좋지 않을까,
꼭 고치란 얘기는 아니지만 남편도 이런 법을 알아서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포교를 해야 됩니다.
이렇게 남편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야 열 번을 거절해도 마음에 짜증이 안 나는데,
나를 위해서 가자고 하는 것이니 두 번만 안가면 성질을 냅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그러나, 당신을 위해서 그러지!’ 이 말 자체가 벌써 자기를 위한다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서 한다면 짜증이 날 리가 없는데, 자기 식대로 하다가 안 되니까 신경질 내는 것입니다.
친구에게도 몇 번 절에 가자고 권하다가 안가면, ‘안가면 니만 손해지’ 하고 포기하거나 짜증냅니다.
이때의 친구를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란 진정한 법의 해탈의 맛을 느꼈다기 보다는
정토회 다닌다는 것을 친구한테 자랑하고 싶거나, 친구를 좋게 해주고 싶다는 집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기 공부를 먼저 하라는 것은 친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맘에 안 맞으니까 남편을 고치겠다는 게 아니고,
남편이 술 먹고 오거나 남편이 괴로워하면 내가 그 마음이 되어 내가 더 아파 해주고,
남편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내 속에 있던 남편에 대한 미움이 없어집니다.
밥 먹으라고 몇 번씩 이야기해도 대꾸도 없으면 아이에게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냅니다.
이것은 아이를 위해 걱정해서 그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기분이 나쁜 것입니다.
근데 아이 방에 가보니, 아이가 정말로 배가 아파 말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그 미움은 사라집니다.
‘화는 본래 없는 거다’라고 참선을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고,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냥 없어져버립니다.
내 욕구가 아니라, 정말 그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자기 괴로움이 없어져버립니다.
즉 하화중생(下化衆生 = 利他)하면 상구보리(上求菩提 = 自利)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소승은 자리(自利)를 통해서, 즉 '상구보리'해서 '하화중생'한다면
대승보살은 중생의 구제를 통해서 성불의 길로 나아갑니다.
*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 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
다음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마지막 부분의 심,
심(心)은 마음이란 뜻이 아니고, 핵심이다, 요점이다, 요긴하다는 뜻입니다.
깨달음으로 해서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그런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제일 요점만 뽑아놓은 것이라는 뜻이고,
경(經)은 부처님이 말씀이란 뜻입니다.
즉,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Prajñāpāramitā hṝdaya sūtra)’은
‘큰 지혜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요긴한 부처님의 말씀’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경을 그대로 우리가 이해하면 모두 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제목만 이렇게 거창한지 정말 내용도 그렇게 되어 있는 지 다음 시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강의는 '정토회 > 정토TV > 법문 보기 > 반야심경강좌'에서 동영상으로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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