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오르자 습관처럼 이어폰을 귀에 꼽고 '듣는 책, 오디오 북'을 읽습니다.
'칼의 노래'로 우리에게 알려진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
작가 자신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며 느낀 것들을, 특유의 간결하고 어려운 문체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작부터 익숙한 단어가 나옵니다.
소쇄원, 식영정, 면앙정....
그의 첫 여행지가 바로 지금 우리가 가는 곳입니다.
소쇄원(강이름 瀟, 뿌릴 灑, 동산 園)
한자도 어렵고, 발음도 어렵고, 뜻도 어려운 곳.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한국 정원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대표적인 곳,
정치에 환멸을 느낀 양산보(梁山甫, 1503~1557)와 그 후손이 3대 70여년에 걸쳐 조성한 곳,
어제 밤 늦게까지 술잔을 마주했던 내 절친의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곳,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위치한 소쇄원('소쇄'는 '맑고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정원이라 하면 앞마당이 생각나고,
앞마당이라하면 편평한 곳의 나무와 잔디와 연못이 연상되는 데,
계곡 전체를 앞마당으로 만들어버린 발상의 전환,
정말 대단합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자원봉사자도 있고, 우리 먹거리 파는 아줌마들도 있고..>
<오른편에는 대나무숲과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집들이 있고,
왼편이 소쇄원입니다. 물론 계곡도 포함!>
<문화해설사께서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데, 난 정신이 딴데 팔려서...>
<북쪽 장원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들어온 계류는 이리로 나가고...>
<다리를 건너 오르면 나오는 곳이 바로~~>
제월당(霽月堂)
"달빛에 저절로 밝아지는 방,
가장 높은 곳 양지에 서서 항상 밝은 곳,
주인의 학문과 사색을 위한 곳,
조용한 곳, 밝음, 빛..."
<열심히 들어야 하나라도 남는 데, 사진찍는다는 핑계로...>
광풍각(光風閣)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아 옷깃을 열어 젖히는 곳,
계곡과 큰 나무들 사이에 있어서 그늘져 시원한 곳,
손님을 맞아 시가와 주흥을 즐기는 유희적인 곳,
항상 커다란 물소리가 들리는 곳, 어두움, 그늘..."
<가까이는 못가보고 멀리서만 한 컷>
<이렇게 보니 그 대비가 확실히 보이죠?
윗쪽이 제월당, 아랫쪽이 광풍각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늘의 적절한 반복과 조합...">
<1,000여평의 공간에 달랑 집 두 채뿐인 정원, 소쇄원.
10분만에 볼 수도 있고, 열흘을 봐도 다 못보는 곳,
한나절이라도 있고 싶지만,
일정에 쫓겨 사진 몇 장에 만족하고 떠납니다.>
소쇄원도 식후경이라...
8시에 서울을 떠나 담양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기에 무엇보다 우선 배부터 채웠지요.
'전통식당'
90년대 초에 이곳을 지나다가, 이름이 독특해 들렸었던 곳,
가짓수가 하도 많아 이층으로 쌓아 내어준 반찬들을 한 번씩 맛보기도 힘들었던 곳,
다시 찾은 오늘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우린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우릴 초청해주신 분들이 소개부터 합니다.
왼쪽이 위원회장님, 오른쪽이 기획이사님, 가운데가 문화해설사님.
굳이 말씀드린 이유는 죽녹원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난 원래 음식사진은 잘 안찍고, 본연의 임무인 먹는 데만 열중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Food Tour인지라, 침 꼴딱꼴딱 삼키며 사진부터 찍습니다.
담양 10미 중의 하나인 '한정식'
예전보다 가짓수는 약간 줄었군요. 그래도 36가지!!!
찬찬히 보세요. 각 상마다 반찬이 놓인 위치가 똑같습니다.
아아, 빠트릴 뻔했네요.
아랫쪽 좌우의 노랗게 생긴 계란찜 닮은 것이 담양10미 중의 하나인 '죽순요리'>
<5년된 묵은지와 함께하는 홍어 삼합>
<담양 10미 중의 하나인 '한우 떡갈비'>
<그리고 정갈한 반찬들...>
<예전과 바뀐 것 한 가지. 젓가락이 2종류입니다.
나무 젓가락은 상에서 앞접시까지,
놋쇠 젓가락은 앞접시에서 입까지.
난 바빠서 놋쇠 젓가락으로 상에서 입으로...>
<밥 먹고 나오는 데, 눈에 번쩍 뜨입니다.
그 분도 다녀가셨구나...>
<단돈 만원이면 수백장씩 찍어주는 게 명함인데,
이 집 여주인장께서는 손수 손으로 적어서 주십니다.
"전통식당
061) 382 - 3111
전남 담양군 고서면 고읍리 688-1"
맛이요?
묻는 사람이 이상하지... 전라도 음식은 다 맛있습니다. ㅎㅎ>
<배가 부르니 앞이 보이기 시작하는 군요.
마당에 장독이 가득하고~~>
<마당 밖에도 또 장독이 가득하고...
멀리 보이는 이등변 삼각형은? 내일 알려줄께요.>
여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알게된 용어, 슬로시티(Slow City)
어디지? 담양군 창평,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가면 무엇을 할까? 걷고, 잠자고, 체험하고...
체험? 그건 애들이나 하는 것이지, 집어 치우자!
그런데 오늘 난 이곳에 체험하러 왔습니다. 애들이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집 엄청 유명한 집입니다.
자세한 것은 이곳에 와서 직접 알아보시고...
우린 또 한가지 즐거움을 몸으로 챙깁니다.
참, '한과'도 담양 10미 중의 하나입니다.>
<우선 강사님이 유래, 연혁, 만드는 법등 상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곧바로 실습에 들어가, 재료 배급(?)을 받고 있습니다.>
<색을 내는 데 사용합니다.
왼쪽이 녹차, 가운데가 백년초, 오른쪽이 치자, 뒷쪽이 블루베리.
오른쪽 하얀것은? 설탕>
<요것은 조청>
<배급받은 조청+치자+설탕을 가열하며 젓다가...>
<소금에 튀긴 고소한 쌀튀밥을 넣어줍니다.>
<한 방향으로 살살 저어주면 서로 뭉치기 시작하고..>
<성형판에 붓고, 손으로 펴고, 밀대로 살살 문지르면 완성!>
<그리고 자르면 끝!>
<요건 녹색 강정 만들기!>
<옆 팀은 체험하러 왔나, 웃으러 왔나???>
<우리 팀이 조금 시원찮았나?
강사님이 도와주면서 속으로 하는 말, '난 이렇게 눈감고도 할 수 있는데...'>
<정말로 우리 팀이 시원찮았나?
금호고속 기사님도 합류하셨는데, 이분 정말로 '숙달된 조교' 수준입니다.>
<이렇게 폼잡으니 나 혼자 다한 것 같습니다.
사실은 하나도 일 안했는 데... ㅋㅋ>
<다 만들어 쌓아놓으니 이렇게 예쁠수가!!!>
바쁘다, 다음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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