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옆에 있어 좋은 줄도 모르다가,
활자화되어서야 눈에 보이고, 매스컴의 요란에 쳐다보던 곳,
북촌 한옥마을은 내게 그런 곳입니다.
계동사옥에 근무하던 시절,
후다닥 점심 먹고 삼청공원까지 산보갔다 오던 때,
그냥 한옥집이 많구나하고 지나치곤 했었는 데
오늘은 일부러 시간내고, 관광객이 되어 방문합니다.
<지하철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와 오른쪽에 현대빌딩을 끼고 조금 오르다 보면,
왼편쪽에 '북촌 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창문과 환기구,
고사목과 사철나무,
그리고 기러기 한 마리...
아무리 봐도 너무 잘 찍었습니다. ㅋㅋ
가시면, 어디 있는 지 찾아보세요>
<이곳이 문화센터가 맞기는 맞습니다.
누가 오든지 말든지, 떠들든지 말든지,
'민화'그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자원봉사자께서
작은 것 하나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예절까지
아이들에게 또박또박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장독이 있고 멍석이 있는 것까지는 좋은 데,
제 놓일 자리에 놓여야 멋이 나는 데,
남의 자리 차지하고 있어 쪼오끔 어색합니다.
없는 게 오히려 낫지않나...>
무작정 걷는 것도 좋지만, 뭔가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즐거움이기에,
오늘의 보물찾기는 '북촌 8경'으로 정했습니다.
북촌1경 : 창덕궁 전경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
북촌문화센터에서 나와 북촌길 언덕을 오르면 펼쳐진다."
<도사님들이 멋지다고 하니까 나도 멋지다고 해야겠지만,
차에 가리고 담장에 가려,
정작 눈에 보이는 비경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에 보이는 이곳은 어때요?
우리네 도시에도 아파트 빼고 보면 예쁜 곳 천지입니다.>
은덕 문화원
"은덕(隱德)이라 불리는 이 도량은 故 도타원 전은덕 대호법의 희사 공덕을 기리며 원불교 재단에서 새롭게 조성한 공간입니다.
100년이 된 기존 건물을 바탕으로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신축하였습니다."
<근데 꼭꼭 문이 잠겨 안에 무엇이 있는 지 볼 수 없습니다.
평일 낮에 가면 볼 수 있을려나???>
원서동 고희동(高羲東) 가옥
"춘곡 고희동(1886~1965) 선생이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18년에 직접 설계해서 지은 목조 한옥으로,
선생이 41년간 거주하던 곳이다.
고희동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서,
새로운 조형방법을 후진에게 가르친 미술 교육자이며 화단을 형성하고 이끌어나간
미술 행정가이자 미술 운동가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
긴 복도와 유리문, 툇마루와 대청의 실내 공간화, 개량 화장실 등 초기 한국 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생전에 사용하시던 작업실.
그분의 작품은 촬영금지!>
<당시엔 너른 공간이었겠지만,
요즘의 눈으론 조금 답답합니다.>
북촌2경 : 원서동 공방길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다다르는 골목 끝.
왕실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저 끝의 3층 집을 빼고 찍으려 노력했건만,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곳이 더 멋집니다.
유리벽과 한옥지붕이 어우러진 곳, '원서동 백홍범 가옥'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연인들은 내가 고용한(?) 엑스트라입니다.>
<뒤뜰이 창덕궁인 이집은
대한민국에서 후원이 가장 넓은 집...>
<중앙고등학교쪽으로 가다가 마주쳤습니다.
흔히 쓰지 않는 검은 색 바탕에,
담너머 훔쳐보는 녀석, 넘어오는 녀석...
어렸을 적, 우리도 그랬지요.>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좁은 골목길도 멋져보입니다.>
<예전에 산보할 때에는 일본 사람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이 가게 안주인은 척보고도 누가 일본인인지 금새 알아봤지요.
그땐 배용준이 주류를 이뤘는 데, 지금은 좀 변했습니다.>
<일본 처자들이 기대어 사진찍던 곳이 이 돌담으로 기억하는 데...
욘사마가 '겨울연가'를 찍었던 이 곳을 찾아,
깃발따라도 오고, 친구끼리도 오고, 그리고 홀로씩도 들렀었지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배용준아!
그렇게 많이 벌었으면 돈 좀 써라, 돈 좀 써.
당신에겐 드라마 촬영했던 여러 장소들 중 한 곳이겠지만,
그들에겐 꼭 한 번 보고싶고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곳이라,
시간내어 돈들여 현해탄 너머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았는가?
당신 가진 것에 비하면 이곳 집값은 껌값이려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 마련하고,
영상편지도 준비하고, 방명록도 준비해 놓는다면,
멀리서 온 이들이 욘사마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 찔끔 하지 않겠는가?'
많이 벌었으면, 잘 쓸 줄도 알아야 합니다.>
북촌3경 : 가회동 11번지 일대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11번지 일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겨우 한 컷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함부로 집을 짓지 않습니다.
한옥지붕을 얹고 다시 태어나고 있는 '가회동 성당'의 모습.
성당 이야기를 했으니, 아내에게 또 1점 땄습니다. ㅎㅎ>
<날마다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일이었는 데,
요즘은 북적대는 사람때문에 문도 맘대로 열지 못하니,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겁니다.
떠들지 않고 조용히 지나는 게 도와주는 길입니다.
불편을 참고 지내시는 주민들께 감사 + 감사!!!>
<고추나무도 있고, 꽃도 있으니 사람사는 동네 냄새가 납니다.>
<8경에 속하지 않은 곳은 조금 한가하지만,
그 멋은 똑 같습니다.>
북촌4경 : 하회동 31번지 언덕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
수많은 기와지붕과 함께 북촌 꼭대기 이준구 가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공회당 같은 집이 이준구 가옥같은 데...>
<누가 함석으로 버선코를 만들어 처마에 붙일 생각을 했을까?
우리네 조상들은 멋을 알았습니다.>
북촌5경 : 가회동 골목길(내림)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적극적인 한옥지원사업으로 한옥이 잘 보전되어 있다."
<사람이 많아 사진찍는 것이 힘들기만 할까?
아니요, 기다리며 미끈한 다리의 처자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ㅋㅋ>
북촌6경 : 가회동 골목길(오름)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이 북촌 산책의 백미로 손꼽힌다."
<저 멀리 남산 N타워랑 마천루들이 보이죠?>
북촌7경 : 가회동 31번지
"고즈넉한 분위기와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골목.
주민들의 친근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여긴가 저긴가 왔다갔다 하다가, 어렵사리 위치를 찾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찾다가 포기했는 지, 별로 사람이 보이지 않네요.
내겐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남산타워랑 국세청 건물을 끼워넣으니,
집이 더욱 멋져보이지 않나요?>
<이곳 주민들은 불편을 참고 잘도 살아줍니다.
차 한 대마저도 슬금슬금 사람 눈치보며 지나야 하고,
그나마 주차할 곳이 없어 골목에서 차를 보기가 힘듭니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8경이 나오는 데...>
<계단 밑에서 올려다보니 훨씬 더 멋있네요.
미니스커트 금지!>
<얼마나 좋으면,
이 좁고 가파른 계단에서까지 팔장 꼭 끼고 갈까...>
북촌8경 : 삼청동 돌계단길
"화개1길에서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계단길
커다란 암반 하나를 통째로 조각한 독특한 조경이 눈길을 끈다."
<생 바위를 정으로 쪼아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길을 올려다 봅니다.
사진으로는 콘크리트 계단같아 보이지만, 아닙니다.
진짜 바위 계단입니다.>
<계단을 내려온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얼마나 맛있길래 수제비집 앞에 나라비 서서 기다릴까~~>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전혀 부담이 없는 곳,
요즘 한참 집값과 권리금이 오르고 있는 삼청로 카페골목입니다.>
<내 눈엔 이 색깔들이, 이 모습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검정, 노랑, 하양,
우리 기와지붕 뒤론 빨간벽돌 3층집.
영어 간판까지도 예뻐 보입니다.>
<아내랑 왔으면 차 한 잔 마시자 했을테고,
아내는 비싸다고 그냥 가자고 했을테고...>
북촌의 한옥들.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닥다닥 붙어있고, 생김새도 비슷비슷하고...
왜놈들이 이 땅을 점령했던 20~30년대에,
청부업자(주택건설업자)들이 이곳 땅을 사서 집 지어 팔아 먹었던,
요샛 말로 집장사 집들입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구불구불한 골목에 제각각의 모습들을 한 그런 한옥이 아니라,
처마를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있고, 골목길이 반듯반듯한 이유를 알겠죠?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남아있는 것은
한 종로구청 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예산을 만들고, 법을 고치고, 한 밤중까지도 주민을 설득하여,
이만큼이라도 있게 만들었답니다.
그분의 강의를 들었는 데, 이름은 잊었습니다.
그분뿐만 아니라,
오늘도 말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다른 모든 공무원들께도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며,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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