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기웃

춘천 실레 이야기길

상원통사 2013. 9. 29. 19:41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에는 '실레 이야기 길'이 있습니다.

 그냥 걷기만 좋게 꾸며놓은 둘레길이 아니라, 옛적 이야기가 스며있는 남다른 곳입니다.

 난이도는 0.5쯤이나 될까요, 카페 '함께하는 공정여행'의 '뚜껑이'님도 쓰리빠 신고 90분이면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레길은 앞만 보고 행군하면 재미가 없기에,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김유정 문학촌(金裕貞 文學村)     

                                                  소재지 : 천천시 신동면 증3리 실레마을

"이곳은 1930년대 한국현대문학의 대표작가 김유정 선생께서 태어나신 집터입니다.

 ~~

 선생이 남긴 30편 남짓한 작품 중 10여 편은 바로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이들 작품의 등장인물들도 대개 당시의 실존 인물들로 채워졌습니다.

 ~~

 김유정 선생은 1937년 3월 29일 가난과 병고 속에 29세의 짦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

 김유정 문학촌 안에는 복원된 생가, 전시관, 디딜방아, 외양간, 휴게정, 연못 등의 시설이 있으며,

 김유정 추모제, 세미나 등 각종 문학행사가 연중 개최되고 있습니다"

 

<오른쪽 뒷편의 큰 건물은 전시관입니다.>

 

 

<어안렌즈가 있으면 훨씬 더 넓게 잡을 수 있는 데, 아쉽습니다.>

 

 

김유정 생가

 김유정의 생가는 그의 조부가 지었다.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ㅁ'자 형태로 집을 짓고 기와집 골격에 초가를 얹은 이유는

 헐벗고 못 먹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라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봉당으로 굴뚝을 낸 이유

  우리의 전통한옥을 살펴보면 사랑방 굴뚝을 안마당에 설치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미적 감각도 살리고 키가 작게 만든 이 굴뚝의 연기는 방충기능을 한다.

  모기뿐만 아니라 목재를 파먹는 벌레도 막아준다.

  또한 집안 구석구석을 살균해주는 기능까지 하여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건강에도 유익하였다고한다.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작다)"    

                                                                                                      - 김유정의 <봄 봄>에서 -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즈 집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 놓는다.

  ~~

  나는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무지게도 벗어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막대기를 뻗치고 허둥지둥 달겨들었다."         

                                                                                             -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

 

 

 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

 "춘천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서 김춘식과 청송 심씨의 2남  6녀 중 차남(일곱째)로 태어났다.

  ~~   일곱 살에 어머니를,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읜 뒤 모성 결핍으로 한때 말을 더듬기도 했다.

  ~~   1930년 4월 6일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당대 명창 박녹주를 열렬히 구애하느라 학교 결석이 잦아 두 달 만에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   김유정은 등단 이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는 등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글쓰기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   김유정이 남긴 30여 편의 단편소설은 탁월한 언어감각에 의한 독특한 체취로 오늘까지도 그 재미, 그 감동을 잃지 않고 있다."

 

 

실레 이야기 길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이룸 붙여진 실레(증리)는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며 마을 전체가 작품의 무대로서

  지금도 점순이 등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병산 자락의 실레 이야기 길은 멀리서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우린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90분 걸린다고 했는 데, 해찰하다 보니 3시간 걸렸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길로 떠납니다.

  맨 먼저 길가의 수숫대가 우릴 맞이하는군요.

  어렷을 적 어머니께서 삶아주시면 한 톨 한 톨 까먹던 기억이 납니다.>

 

 

<10년 쯤 후에 요보다 쪼오끔 더 큰 집을 짓고 살고 싶습니다.

  집은 기와 얹은 한옥으로 30평 쯤 되고,

  마당엔 된장독들 가득히 놓고,

  그 앞 텃밭에는 온갖 것 다 심어놓고,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꽃과 나무들의 터널을 만들고,

  마당 한 켠엔 넉넉한 주차장을 만들고,

  또 그 뒤에는 야외용 테이블과 바베큐 통을 놓고....>

 

 

<가을이라 말합니다. 밤송이 좀 보세요>

 

 

<여긴 들깨 밭>

 

 

<무슨 나무열매인지 모르겠는 데,

  우리가 사는 수지 아파트 단지 안에도 이 열매가 있습니다.>

 

 

<강냉이표 옥수수인가, 옥수수표 강냉이인가...>

 

 

<우리 집은 벌써 김장용 고춧가루 준비가 끝났는 데,

  여긴 아직도 매달려 있습니다.

  동요가 들려옵니다.

  빨간 고추, 파란 고추, 덜여문 고추...>

 

 

<금따는 콩밭

  설마 김유정이 이 콩밭보고 소설쓰시진 않았겠지... ㅋㅋ>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느릿느릿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김유정 소설에는 19살 들병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인제나 홍천에서 이 산길을 통해 마을에 들어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야기가 여러 개 있다.

  * 들병이(들병장수) :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

                                             - 관련 작품 :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아내, 소낙비 - 

 <드디어 이야기 열 여섯 마당이 둘레길에 펼쳐집니다.   여기가 그 첫 번째 마당>

 

 

<무거운 술짐을 들고다니는 들병이들의 체력단련장?? ㅎㅎ>

 

 

<아아! 들병이들이 좌판을 벌리고 있습니다. ㅋㅋ>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금병산 자락 정수골에 사는 가난한 부부가 겨드랑에 날개가 달린 아이를 낳자

장수 아이가 태어나면 좋지 않다고 마을사람들이 그 아이의 날개를 잘라버리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 함께 태어난 용마도 아이가 죽자 따라 죽었다는 이야기.

                                                                    - 관련 작품 : 두포전 -

<아내가  이야기 마당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소설 '동백꽃'과, '유정의 사랑'의 작품 배경이며,

문화 휴식처인 잣나무 숲이 있는 산지기 시인 김희목이 가꾸는 과일밭

                              - 관련 작품 : 동백꽃(김유정), 유정의 사랑(전상국), 산국농장 이야기(김희목시집)                     

 

 

<산에 사는 산개구리가

  개구리 헤엄을 칩니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봄에 산수유가 필 때 나무에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꽃이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이다.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소설에 묘사돼 있다.

노랫말 <소양강처녀>와 강원도 아리랑에 자주 나오는 <동백꽃> <동박>이 바로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 관련 작품 : 동백꽃, 산골 -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19살 산골 나그네가 병든 남편을 물레방앗간에 숨겨놓고

노총각 덕돌이와 위장결혼했다가 도망간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길

                                                 - 관련 작품 : 산골나그네 -

 

 

<실개천은 들녁에 흐르고,

  금병산 자락엔 실폭포가 흐릅니다>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복만이가 소장수 황거풍한테 매매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은 뒤 덕냉이로 도망치던 고갯길이다.

                                                                                                      - 관련 작품 : 가을 - 

 

 

 

<고갯를 넘어 계속 내려갑니다>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바닥길

'소낙비'의 춘호처가 도라지, 더덕을 찾아 맨발에 짚신짝을 끌며 가파른 산비탈 칡넝굴에 매달리기도 하며

남편이 원하는 돈 이원을 구할 궁리를 하던 그 산길

                                       - 관련 작품 : 소낙비 -

 

 

<비온 뒤라 계곡은 작은 폭포가 되었습니다>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금병산 산신을 모신 전각으로 가는 길.

지금도 마을의 안녕을 비는 산신제를 산신각에서 일년에 한 번씩 지낸다.

금병산을 왜 진병산이라고도 부르는 지, 그리고 이 전각에 가면 왜 산신제 때 술 대신 감주를 쓰는 지 알 수 있다.

산신각에서 서남쪽으로 내려가면 신라때의 고분군 흔적을 볼 수 있다.

 

 

<예쁜 꽃도 보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기에,

  길은 길이요 물은 물이어야 하거늘,

  길과 물이 하나가 되었으니 어찌 건널꼬...>

 

 

<곧게 뻗어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인제에서 빚잔치 벌리고 도망온 응칠이가 닭잡아 생으로 뜯어 먹으며 송이 따던 길

                                                                                - 관련작품 : 만무방 -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아리길

일제 강점기에 농촌 사람들이 얼마나 가혹한 삶을 살았는가를 수아리골 저 다락논이 증언하고 있다.

(만무방 : 체면도 염치도 없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

                                                                        - 관련작품 : 만무방 -

<묵힌지 오래되었기에 잡초만 가득하지만, 찬찬히 보면 논의 흔적이 보입니다.>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

계숙이란 들병이의 꾐에 빠져 자기 집의 솥을 훔쳐 나오던 근식이네 집이 있던 곳이다.

                                                                                            - 관련작품 : 솥 - 

 

 

<나비 한 마리>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김유정이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일 때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잡초속에 표지판이 숨어있어 겨우 찾았습니다.>

 

 

<바로 이 느티나무가 그 느티나무입니다.>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점순이, 봉필영감, 데릴사위 '나' 등 모두 실제의 인물들을 모델로 하여 쓴 소설 '봄 봄'의 그 현장이다.

                                                                                                             - 관련작품 : 봄 봄 -

 

 

<돌담위의 호박도 탐스럽고...>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대추가 익어갑니다.>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김유정이 자주 찾아 코다리찌개로 막걸리를 먹던 주막집이 있던 곳이다.

                                        - 관련작품 :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

 

 

<벼가 누렇게 익어갑니다.

  가을입니다.>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저는 강원도 춘천군 신남면 증리 아랫말에 사는 김덕만입니다. 저는 설흔넷인데두 총각입니다.'

덕만이가 들병이한테  자기 소개하는 장면이다.

                                - 관련작품 : 총각과 맹꽁이 -

 

 

쉬엄쉬엄 걸어 우린 떠난 곳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름은 조금 생소했지만 김유정님의 체취와 함께한 춘천의 실레 이야기 길,

부담없이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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