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캄보디아 여행기

[캄보디아 여행기] 5-4. 셋째 날 - 유적지에서의 파티

상원통사 2013. 2. 28. 00:12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모입니다.  

 

유적지에서의 저녁식사

이미 주변은 어두워졌습니다.

점심을 먹었던 마을회관으로 가는가 했는 데 그게 아닙니다. 

낮에 갔었던 반띠아이 츠마 사원 안으로 들어갑니다.다. 

해자를 건너 조금 더 들어가니 넓은 공터가 있고, 마을 주민들이 벌써 와서 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식탁 주위에는 횃불을 설치합니다. 접시 안에 담긴 것은 송진 비슷하게 생긴, 나무의 수액을 말린 것입니다.

 이것을 태우면 불을 밝히는 동시에, 타는 연기로 주변의 모기를 쫒을 수 있답니다.>

 

 

<앞에서는 촛불이 타고,

 뒤에서는 횃불이 타고,

 칠흑같은 하늘에선 별빛이 내려오고,

 천 년전 자야바르만 7세가 거닐었던 바로 이 곳에서, 맥주 한 잔에 저녁을 먹습니다.

 요리요? 무조건 맛있습니다.

 분위기가 말도 못합니다. 기분 끝내줍니다.>

 

 

<저녁식사를 마칠 무렵입니다.

 십여명의 마을사람들이 전통복장을 하고, 전통악기를 들고서 나타납니다.

 우리를 위해서 연주하러 온 것입니다.

 이런 호사가 어디 있나??? 

 그 옛날, 자야바르만 7세가 오늘 밤 우리가 올 줄  미리 아시고, 사원과 앞마당을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호강에 초쳤습니다.>

 

 

 

<넉살 좋은 귀농가족은 연주하는 주민들 옆으로 갑니다.

 쉬워 보이는 악기(꼬마 심벌즈?)를 하나 달라고 하더니 직접 연주합니다. 아이들도 따라합니다.

 나도 한 번 해볼건 데, 아쉽습니다.>

 

 

조금 있으니 커다란 차가 한 대 옵니다. 낮에 봤던 그 TV 방송국 사람들이 다시 왔습니다.

오자마자 조명시설도 설치하고, 레일도 까는 등 분주히 촬영준비를 합니다.

사람도 여럿이고, 카메라도 여러 대입니다.

작정을 하고 촬영하러 왔습니다.

 

마을 주민 몇 사람은 반주에 맞춰 그네들의 춤을 춥니다.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데, '머레이'가 춤판에 끼어들며 바람을 잡습니다.

우리 일행들도 한 사람 두 사람씩 합류하여 마침내 모두가 춤마당에 섭니다.

춤이라고는 질색을 하는 나까지도 나섭니다.

방송국 사람들은 촬영에 정신이 없습니다.

 

조금 있으니, 이 지역 경찰서장님도 옵니다. 그도 춤마당에 합류하여 같이 춥니다.

방송국에서 나온 사회자와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서로 미리 연락을 취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을사람들, 방송국 리포터들, 우리 일행들이 모두 모여,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빙 돌면서 전통춤을 춥니다.

이역만리 이방인들과 크메르의 후손들이 한 바탕 마당놀이를 펼쳐집니다.

촬영팀은 열심히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춤은 어렵지 않습니다.

 장단에 맞춰 발을 떼고, 손바닥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고, 손가락을 배배 꼬면 됩니다.

 근데 난 왜 이렇게 어렵지??? 

 그래서 사진이나 찍기로 했습니다.>

 

 

<무식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때만 해도 카메라는 자동으로 놓고 찍는 게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정보 하나!

 밤에 찍으려면 ISO를 높여 놓고 찍어야 됩니다. 낮에는 100에 놓으면 되지만 밤에는 800~6400 정도로 높여야 합니다.

 화소수는 낮아지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움직이는 물체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흔들린 사진들이라도, 그냥 이해하고 봐주세요. 최고로 좋은 사진들만 골라서 올립니다.>

  

 

<마당놀이 1부가 끝나고 기념촬영.

 왼쪽에서 세번째가 경찰서장이고, 그 오른쪽 남녀가 방송국 리포터들입니다> 

 

 

<촬영이 미진했던 모양입니다. 방송국 사람들이 요청으로 댄스파티 2부가 시작됩니다.

  촬영팀은 무지무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마당놀이가 끝나고, 방송국 리포터와 기념촬영 한 컷!>

 

 

전통에의 합류

뜻하지 않게 얻은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나씩 이야기해 볼까요?

 

우선 TV 방송국에서는 좋은 방송소재를 하나 챙겼습니다.

우리의 어느 시골 마을에 잔치가 있어, 농악놀이도 하고 춤도 추고 있는데, 마침 구경하던 외국인 일행이 동참합니다. 

우리 농악가락에 덩실덩실 춤추고 꽹가리도 두들기며 같이 노는 장면을 방송국에서 포착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도 좋은 취재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유적지에서 외국인들을 만나 취재를 했는 데, 그냥 평범한 패키지 여행객이 아니라

공정여행을 와서 민박을 하고 있으니 조금 색다른 기사거리입니다.

거기다가 캄보디아 전통에 합류해서 같이 즐기고 노는 장면을 담았으니 특종은 아니더라도, 하루 일당은 너끈히 했을 것입니다.

 

이 마을도 돈 안들이고 홍보를 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TV에 방영이 되면 캄보디아 국내에는 저절로 홍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TV에 방영된 장면을 CD에 담아 이곳을 후원하는 단체나 해외의 공정여행을 하는 단체에 보낸다면,

또 다른 홍보자료가 될 것이고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트래블러스 맵도 좋은 홍보자료를 챙겼습니다.

자기들이 기획한 상품이 현지의 매스컴을 탔으니 그보다 더 좋은 홍보자료가 어디 있겠습니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일 것입니다.

어느 여행에서 이보다 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TV방송국에 연락하여 방영된 자료를 꼭 받아서 우리에게 보내주라고 '아치'님에게 다시 한 번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주질 않습니다. 아마도 방영이 안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찜찜한 게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이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이런 행사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이 지역 경찰서장도 참석을 하고, TV방송국에서도 취재를 했으니 그들 기준으로는 문제없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천 년 유적지에서 먹고 놀고 춤추고 했으니, 우리네 기준으로 보면 욕얻어 먹을 일입니다.

쪼금 미안합니다.

그래도 너무 즐거운 추억의 한 장면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민박집에서 소주 한 잔

이제 민박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은 벌써 8시 반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사방이 너무 깜깜합니다. 발전기를 돌려 겨우 등만 켰습니다.

 

민박집에서는 젊은 청년 쏘놈과 그 부모님, 형수와 아이 등 온식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쏘놈은 몇 마디 영어가 통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냥 눈빛으로, 손짓으로 이야기합니다.

분위기도 살릴겸해서 가지고 간 소주를 꺼냈습니다.

쏘놈의 아버지와 한 잔씩 하는 데, 술맛을 알고 그런지 모르고 그런지 따라주기만 하면 원샷입니다.

순진한 그 모습에 웃음을 보였더니, 그도 같이 웃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니 좀더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가지고간 선물(연필, 볼펜, 연필깎이, 지우개, 공책 등)도 쏘놈에게 주었습니다.

대학생 또래의 청년에게 초등학생 선물을 주었으니 받는 사람이 기분나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진 것이 이것 밖에 없으니 할 수 없지요.

 

쏘놈은 스무살이고 그 아버지는 마흔 여섯, 그 어머니는 쉰 둘이랍니다.

이야기 소재가 거의 떨어질 즈음, 그들 모두 졸리운 표정입니다.

평상시엔 8시 반만 되면 자는 데, 벌써 9시 반이니 졸릴 만도 합니다.

 

우리 숙소는 2층에 마련되었는 데, 방이 2개에 거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방 주인들은 모두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니까 손님용 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거처하고 있는 방을 하룻밤 빌려준 것입니다.

각각의 침대위에는 모기장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모기장입니다.

이제부터 조명시설은 촛불입니다.

여기서 보는 모든 것들이 내겐 추억의 회상입니다.

촛불을 켜고, 모기향을 피우고, 모기장을 치고, 몸에는 모기 안물리는 물약을 바릅니다.

큰애와 둘째가 방 하나, 막내가 또 다른 방 하나, 그리고 아내와 나는 거실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청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의 세번째 밤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