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일투어 가이드께서 하시는 말씀 왈, '여러분, 여기까지 오셨으니 고궁박물원에는 꼭 가보셔야 합니다!'
박물관? 도착한 첫날 갔는데 별 것도 없었잖아, 아차차, 거긴 이름이 다르구나, '국립 대만 박물관'
장개석이 중국 본토에서 도망올 때 갖고 온 것은 다른 데 있구나, '국립 고궁박물원'
'국립'이 붙어서 거기가 거긴줄 알았더니 전혀 다르구나, 그 가이드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네 ~~
국립 고궁박물원
-. 국민당이 국공 내전에서 패배하여 타이완으로 이동할 때에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가져옴
-. 송 원 명 청 4대 왕조의 궁정유물과 미술품으로 소장품의 수는 69만 7490개로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
-. 3개월에 1번씩 교체전시하고 있는데, 모든 소장품을 다 관람하려면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함
-. 1층은 고대 문헌, 갑골문자, 고대 황실의 유물 등을 전시
-. 2층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송 당 명 청 대의 도자기 서예 회화 등을 전시
-. 3층은 조각 옥기 청동기 등을 전시. 가장 유명한 취옥백채(聚玉白菜)와 육형석(肉形石)도 3층에 있음
며칠을 잡아도 다 못 보겠지만 오후 일정 때문에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시간 남짓,
그냥 슬렁슬렁 눈으로만 대충보고 지나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아투화운룡문투구(象牙透花雲龍紋套球)
-. 상아를 깎아 만든 장신구로 18세기 건륭제 때 노리개로 이용되었음
-. 공 안에 공이 있고 그 안에 또 공이 있는데 개수가 무려 17개나 됨
-. 그 공들은 붙어있는 게 아니라 제각각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회전가능함
-. 3대에 걸쳐 완성했다고 전해지는데, 현대의 기술로는 14개까지밖에 못 만든다고 함.
나무를 깎아 만든 컵이 34개, 포개놓으면 가운데 받침대 위의 모양이 되는 중국판 마트료시카,
요건 옥으로 만들었다는 것 같고 ~~
요건 산호라는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딱 보는 순간 백제 부처님의 미소가 보이지 않나요?
얇아도 너무 얇은 도자기, 아래에서 빛을 비추니 마치 아크릴 전등갓 같습니다.
요건 아마 서양에 수출했던 도자기였던 듯~~
아하,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가 나옵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
분명히 여긴 박물관인데 마치 과학관인듯 착각하게 만드는 방도 있습니다,
사람이 무한반복되는 방도 있고 ~~
실제는 각진 모양인데 거울에 비치면 둥글게 변하니 마냥 신비할 뿐 ~~
그렇게 대충대충 보고나서 이동한 곳은 국립 국부기념관(國立國父紀念館)
-. 중화민국 국부 쑨원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건물
-. 쑨원(孫文)은 1911년 민족 민권 민생의 삼민주의를 주장하며 신해혁명을 일으킨 인물
-. 마오쩌둥 장제스의 정신적 스승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중국과 타이완 국민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
-. 1964년 장제스의 지시로 공사가 시작되어 1972년에 완공됨
-. 쑨원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실 외에도 약 2,600명을 수용하는 홀과 도서관 등이 있음
학교다닐 때 교과서에서 보았던 단어도 나옵니다, 민족주의, 민권주의, 민생주의 ~~
아들 녀석이 이곳에 꼭 와야된다고 우겼던 이유는 ~~
바로 이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싶어서였답니다.
국부기념관에서도 보이는 우뚝 선 건물은 타이베이 101 빌딩
-.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지하 5층 지상 101층 높이 508m의 빌딩
-. 대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89층에 전망대인 관경대가 있음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101 빌딩 안으로 들어갔지만 엘리베이터가 어디있는지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탑승,
미세한 진동도 없이 스르륵 올라가는데 바뀌는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보통 타는 엘리베이터 속도는 분당 60~150미터 정도인데 요건 분당 1,010미터,
그러니까 열 배나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데, 5층에서 89층까지 382m를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7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강기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는데, 기분 나쁜 것은 요것이 왜놈 도시바 제품이라는 것!
잔뜩 기대하고 꼭대기 전망대(89층)까지 올라갔는데 둘러보아도 볼게 없어요,
입장료가 엄청 비싼데 볼게 없어 돈만 아깝다는 생각,
야경도 별로이고, 사진도 잘 나오지 않고, 사람은 바글바글하고 볼 것은 쥐뿔도 없고 ~~
이 모형을 보는 게 차라리 더 나았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러나 나만 잘못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여기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과 감탄사들,
왜 난 그들과 같은 느낌을 갖지 못할까, 직업이 노가다라서? 나도 잘 모르겠습니당
88층에 있는 윈드 댐퍼(Wind Damper),
세계 최대(지름 5.5m, 660톤)의 윈드 댐퍼라는 데, 왜 이렇게 무식한 것을 빌딩 꼭대기에 설치했느냐,
강풍이나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릴 때 빌딩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데,
건물에 작용하는 충격의 40%까지 완충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정말일까? 나 같이 의심 많은 사람을 위하여 2013년 지진이 났을 때의 광경을 녹화하여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 화면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
아랫층에 내려오면 엄청 비싸고 예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들이어서 무심코 내려와 ~~
지상에서 만세 한 번 부르며 가족여행 4탄, 타이베이 맛집기행을 마쳤습니다.
3년마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
캄보디아, 방콕, 오사카, 타이베이까지 네 번째 여행,
다음 여행은 2023년 예정인데, 3년 후에도 온 가족이 다함께 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모두 사회인으로 변해 있을테고, 새 식구가 들어올 수 있고 태어날 수도 있고,
점점 바빠지고 일에 얽매이고 변수가 많아지다 보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풍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로 올려보냈으니 꼭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요 대목에서 공약 한 가지,
아그들아, 다음 여행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는다면 경비는 몽땅 아빠가 부담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스스로에게 약속, 여행계획은 너희들이 세우더라도, 거기에 맞춰 공부는 꼭 하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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