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타이베이 가족여행

2. 중산을 거닐다

상원통사 2020. 6. 8. 20:33

제주도보다 한참 밑에 있는 나라이기에 겨울이라도 춥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미니 전기장판을 가져온 아내는 따뜻하게 잘 잤다고 기지개를 켜지만 얇은 이불만 덮고 잔 나는 조금 찌뿌둥합니다.

혹시나 감기기운이라도 비치면 코로나19로 오해할까봐 예방책으로 감기약 두 알을 입에 넣고 꿀떡,

그러나 표정은 전혀 안 그런척, 입으론 상쾌한 아침을 외치고 아침을 먹으러 나섭니다.

길가는 사람들도 마스크, 우리 식구들도 마스크, 아들녀석과 나만 복면 없이 지하철역에 도착했지요,

비행기타고 멀리 왔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건 줄서는 것부터 다른 문화,

우린 출입문 양쪽으로 줄을 서고 가운데는 비워두었다가 내리고 나면 타는데

여기는 한쪽편에 두 줄로 서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내리면서 같이 탑니다.

 

 

지금이 정초임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이들만의 세시풍속,

이 가게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 제단 앞에 서서 기도합니다 ~~

 

 

제단에는 무엇이 있느냐, 과일들, 과자들, 물, 향, 그리고 가짜 돈뭉치로 보이는 것들,

차리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이런 것들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돈뭉치로 보이는 것을 태웁니다,

나홀로 가게에서는 사장님 혼자 나와서 태우고 ~~

 

 

종업원이 많은 가게에서는 줄서서 기다렸다가 태웁니다.

이 불길 이 연기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 하느님 코끝이 간지러우시면 부디 돈벼락을 내려주소서 ~~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광경이기에 난 멀리서 한참이나 구경했습니다.

 

 

겉보기는 허름하지만 1985년부터 나름의 맛을 이어온 노포에서 아침을 먹고 ~~

 

 

길을 가다가 버블티도 사먹고 ~~

 

 

걸터 앉을 의자도 없어 길거리에 서서 먹는 것으로 이름난 집에서 면을 한 사발 먹고 ~~

 

 

이 집에서 또 우육면을 먹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느냐,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한 그릇 아니면 두 그릇밖에 시키지 않으니 다섯 명이 한 젓가락씩만 맛봐도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집니다,

맛집 찾아 왔으니 그냥 맛만 보고 가자는 것이지요, 지 엄마를 닮아 너무나 알뜰한 아이들 ~~

 

 

우와, 평양 냉면의 명성이 여기까지 ~~

김정은 동지가 광고 모델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디화제(迪化街,  적화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으로 서울의 경동시장과 같은 곳인데,

전국에서 올라온 온갖 약재는 물론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등 진귀한 재료들도 팔고 있고,

건어물, 육포, 말린 과일, 견과류, 각종 차, 말린 꽃차, 생활용품 등이 널리고 널려 있습니다.

 

여긴 우리나라로 치면 관광안내소, 관광지도라도 얻을까 하여 안으로 들어갔는데,

친절한 아가씨들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전통복장도 빌려준다고 합니다, 그것도 공짜로 ~~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성큼 나섭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길거리 공연하는 무희들과 함께 춤을 추더니 여기선 중국 멋쟁이로 변신합니다,

30여 년 같이 살았지만 전혀 몰랐던 아내의 새로운 모습, 난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ㅎㅎㅎ

 

 

 

이제 디화제 거리 탐방에 나섭니다,

가게도 많고 물건도 많고 사람도 엄청 많은데 ~~

 

 

오늘은 그냥 둘러보기만 합니다.

마지막 날에 아내와 둘이서만 다시 와서 본격적인 쇼핑을 했지요,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엄청 비싼 차도 사고, 술안주로 끝내주는 말린 어란도 사고, 부처님 머리모양 과일도 사고, 쌍팔년도 과자도 사고 ~~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파요, 어디서 쉴까 여기저기 기웃기웃, 옳지 이 집이 좋겠구나,

학교에서 쓰는 책상과 걸상을 테이블로 탈바꿈시킨 신세대 찻집에 들어가 차 한 잔씩 마시며 쉬다가 ~~

 

 

또다시 뒷골목을 걷습니다.

 

 

 

이건 또 웬 시츄에이션?

우리가 왔다고 타이베이 시내 참새들이 모두 나와 환영 인사를 하나?

 

 

아니구나, 누군가 먹을 것을 줘서 모여들었구나,

그래도 신기합니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많은 참새들이 있을 줄이야 ~~

 

 

공자묘에 도착했더니 원숭이들이 눈 막고 입막고 귀막고 있습니다,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

공자님이 수제자 안연에게 하신 말씀입니다(출처 : 논어 제12편 안연),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한 녀석은 어디로 갔지???

 

 

아하, 또 아는 문장이 나왔습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입구에서 인증샷 한 장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는 데 ~~

 

 

어제 용산사와는 달리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하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타이베이 공자묘 대성전(大成殿)

-. 1925년에 건립한 전통적인 중국 사묘(寺廟) 건축물

-. 정전(正殿)인 대성전 중앙에 공자, 좌우에 안자·증자·자사·맹자 등 4성인을 모시고 있음

-. 별도로 공자의 제자 72명과 중국 역대의 현인 150명 및 공자 조상의 영을 모신 건물도 각각 마련되어 있음

-. 매년 공자탄생일인 9월 28일에는 옛스러운 의관을 갖춘 제관들이 제를 올림

 

 

 

 

한자만이 아니라 우리말 설명도 있지만 그냥 설렁설렁 눈요기만 하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휘휘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

 

 

주택가를 지나 도착한 곳은 ~~

 

 

싱텐궁(行天宮, 행천궁)

-. 문묘(文廟)인 공자묘와 구별하여 무묘(武廟)라고도 부름

-. 이곳에서 모시는 주신은 지혜와 용기를 겸한 삼국지의 영웅 관우(關羽)

-.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사업이 번창한다고 하고, 주판의 발명자라는 전설도 있어 상업의 보호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음

-. 타이완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사원 중의 하나로 1967년에 세워짐

-. 이곳은 종이돈을 태우지 않고 공덕함도 설치하지 않으며 짐승으로 제사를 올리지도 않고 금패를 받지도 않음

-. 참배객이 직접 가져온 싱싱한 꽃과 과일, 과자만 공양할 수 있고, 향과 초는 무료로 제공됨

 

 

 

하루에도 수만 명이 찾는다더니 정말로 그렇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좀 보세요.

 

 

앞쪽을 보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뒷쪽을 보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

 

 

 

또 이렇게 직접 세례(?)를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해주느냐, 지긋하게 나이드신 분들이 봉사차원에서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 앉아서 경전(?)을 읽으며 기를 축적한 후, 앞으로 나가 중생들의 살을 씻고 복을 기원해주는 것 아닌가 ~~

 

 

우린 여기서 이렇게 단체로 복을 받은 후 ~~

 

 

걸어서 걸어서 도착한 곳은 린장제(臨江街, 림강가) 관광 야시장

 

 

가는 길목에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백종원님이 여기와서 우육면을 먹었던 모양이지요,

 

 

그 시장통을 빙빙돌며 저녁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군것질도 하고 배를 가득가득 채운 후 ~~

 

 

 

숙소로 돌아가는 데, 이곳만의 정말 독특한 문화 하나,

많은 가게들이 이렇게 입구에 우산을 놓아두고 아무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따뜻한 마음 ~~

 

 

심지어 우리가 숙소로 사용하는 건물 입구에도 이렇게 우산들을 많이 놓여 있습니다.

타이완의 인상을 한층 더 좋게 하는 기분 좋은 문화이기에 소개합니다.

 

 

또 하루가 지납니다,

방에 모여 오늘 하루 이야기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 타이완 쏘주(58도 짜리 금문고량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십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 좋아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