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였지만, 약속한대로 남한산성입구역에서 네 친구가 모였습니다.
커피도 챙기고, 보이차도 챙기고, 어묵도 챙기고, 컵라면도 챙기고....
병자호란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남한산성 성곽길을 돌다보니 어느새 점심때를 훌쩍 지났고,
우린 허름한 식당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얘기를 계속합니다.
판사 : 여행 다니랴,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랴....
참 바쁘고 즐겁게 살더구나. 부럽다, 부러워!
변호사 : 욕심, 그거 탁 내려놓고 툭툭 털어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네 인생철학에 느낀 바가 크다.
교수 : 이번엔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난 방학이 있어도 한 번도 못 가 봤는데....
나 :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즐거워진다. 그러려면 먼저 욕심을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 해.
어렵다고? 아니야, 나처럼 팍 찌그러지면 쉬워져. 허허허허....
어느 날부터인가 서서히 생각이 바뀌고, 바뀐 만큼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고,
즐거운 만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DSLR 카메라가 아까워 공부를 시작했는데,
태생이 게을러 돌아다니기를 싫어하니 사진찍는 것에 재미도 붙지 않고 실력도 늘지 않더군요.
그래서 꾀를 하나 냈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아내에게 천주교 성지순례를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지요.
아내는 당장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라는 책을 한 권 샀고,
명동성당을 필두로 가까운 곳부터 성지순례 겸 사진찍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블로그를 만들어 성지순례 다닌 사진들을 올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강권(?)합니다.
사실 그 때까지는 찍어온 사진들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은 삶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 데,
‘그럼 지금까지는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왔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더군요.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직장 바꾸고, 부도나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또 부도나서 또 옮기고...
단지 다르다면 찌그러지는 속도가 남들보다 훨씬 빨랐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크게 뒤지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처지더니
급기야는 40대 후반에 현역 무대에서 은퇴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받아줘서 근근히 먹고 살고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한숨만 나왔지요.
사회적으로 뒤처지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이젠 벌이마저도 시원찮고....
허구헌 날 술만 먹고, 모든 게 다 불만이고, 남들 잘되면 배 아프고, 아이들에겐 화만 내고 살아왔으니 잘될 리가 있었겠어요?
오죽하면 친구가 ‘넌 왜 그렇게 세상 불만을 혼자 다 짊어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다니냐’고 했을까요.
벌써 오십이 넘었으니 살 날이 산 날보다 작게 남았구나.
이대로 늙으면 노인정가서 고스톱 치는 것 말고는 뾰쪽한 수가 없을 텐데, 뭐 좀 기막힌 게 없을까?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50이 넘었다 하나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피동적으로 살았으니 그 기간을 빼면 30여년 산 것이고,
요즘은 100세 시대이니 앞으로 살 날이 50여년 남았다.
살 날이 산 날만큼에다가 덤으로 20년이나 더 있네.
그렇구나,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구나!
그래서 블로그 이름을 “어?? 아직도 많이 남았네!!!”로 지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퇴근 후가 훨씬 더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러 갔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정말로 그 자리에서 물으면, 아무 원고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답을 해줍니다.
스님의 답을 듣고 있는 동안, 뭔지는 모르지만 꽉 막혀있던 것이 바늘구멍만큼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즉시 책도 사고, 즉문즉설 테이프도 청해서 듣고, 정토회 사이트에 방문하여 스님의 법문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가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부자든지 가난뱅이든지, 건강한 사람이든 아니든,
비록 낼 모레 죽을 사람일지라도 죽는 그 날까지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행복하게 살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하다.’
그동안 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왔는지 느끼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이번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를 들어보라고 권하더군요.
거역(?)할 수 없는지라 출퇴근시간에 버스 안에서 열심히 들었는데, 또 하나 건졌습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 연구소 강창희 소장의 “100세 시대, 행복한 미래는 평생 현역에 있다.”였지요.
‘앞으로 우리는 100살까지 살아야 되는 데 뭘 하고 살 것인가가 재테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구관리(돈을 버는 방법)는 잘하지만,
출구관리(돈이 없으면 맞춰 살 줄 아는 방법, 돈이 있으면 아름답게 쓰는 방법)는 교육이 안되어 있다.’
‘폼나고 돈되는 일들은 젊은 사람에게 주고, 노인들은 체면 버리고 허드렛일을 하자.’
‘선진국의 중산층은 취미활동에 절반, 봉사활동에 절반을 투자하고, 약간의 용돈벌이를 하며 노후생활을 즐긴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다.’
드디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윤곽이 잡혔습니다.
우선, 아이들은 셋이나 되는 데 앞으로 어떻게 키울까?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아이를 낳으면, 세 살 때까지는 죽을 힘을 다해 키우고, 그 다음부터는 모범을 보이고,
사춘기가 되면 지켜보고, 스무 살이 넘으면 간섭하지 말라.
성인이란 독립된 개체로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스스로를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작년 초에 ‘성인인증서’를 만들었습니다.
봉황이 그려진 상장용지에 성인인증 문구를 새기고 아내와 제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군청색 상장홀더에 끼워서 큰 딸에게 수여했습니다.
‘우리 딸은 대학 3학년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성인으로 인정하며,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부모는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네게 쓰려한 돈은 이만큼 되니, 이제부터는 어디에 어떻게 쓸지 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여라.’
즉, 집에서 먹고 자는 비용을 제외한 2년간의 대학생 평균 양육비와, 결혼비용의 일부가 네가 쓸 수 있는 돈이니,
그 범위 내에서 유학을 가든지, 사업을 하든지, 시집을 가든지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딸아이도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변하기 시작합니다.
용돈도 거의 타가지 않고 스스로 벌어서 아껴 쓰면서도, 제 할 일 다 하고,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고, 대학생활을 잘 꾸려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성공입니다.
그럼, 애들 교육시키고 나면 노후 자금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앞으로 12년 동안 연간 수입은 이만큼이고, 지출은 매년 저만큼이니,
해마다의 적자가 누적되면 요만큼 될 것이고, 현재까지의 총재산이 요것이니,
적자를 제하고 나더라도 이정도는 남아있겠구나.
작지만 남은 게 있어서 다행입니다.
다음, 남은 돈으로 노후에 어디서 뭐를 먹으며 살아갈까?
아이들 졸업시키고 나면 굳이 도시에 살 이유가 없으니, 생활비가 작게 드는 시골로 이사 가자.
전원주택을 새로 짓는 것은 과분하니, 군내버스 다니는 곳에 텃밭 딸린 농촌주택을 사서 수리해서 살자.
생활수준은 낮추고 만족감은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욕심을 버리고, 남들 골프칠 때 당구치고, 양주마실 때 막걸리 마시고,
레스토랑 갈 때 국밥집 가고, 해외여행 갈 때 김밥 두 줄 들고 둘레길을 걷자.
그렇게하면 국민연금과 남은 돈만으로도 40년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겠구나.
거기다 월 30만원씩만 벌어서 풍족하게(?) 살아보자.
빚도 없는 데 벌기까지 한다면, 만석꾼 부자가 부럽지 않겠구나!
좋은 데, 은퇴 후에는 무얼 하며 사는 게 좋을까?
우물쭈물하다가 은퇴 후에야 뭘 할지 고민한다면 ‘잃어버린 30년’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냥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좋겠다.
나이 들어서도 지금처럼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의 연속일 것이다.
바꿔 생각하니, 전 벌써 노후 준비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013년엔 무엇을 했고, 2014년엔 무엇을 할까?
해가 바뀌었으니 작년 초에 세웠던 계획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천주교 성지순례 : 작년에 24곳 계획했는데 23곳 다녀왔습니다.
전체 111곳 중 이제 63곳 남았으니, 앞으로 3년간 계속하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2.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작년에는 10곳을 계획했는데, 걷기여행 4번, 둘레길 6번으로 일단 목표 달성했습니다.
책에 나온 코스만 46곳 남았으니 앞으로 9년간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7. 정토회 351개 강의(법문) 한 번 듣기 : 성공했습니다.
금년부터는 전체 법문을 다시 듣고 느낀 바를 적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법문후기 10개년 계획’을 실행하려 합니다.
8. <한눈에 보는 성서 여행 1~3> 읽기 : 두 권밖에 못 읽었습니다.
남은 한 권은 금년에 마저 읽고, 내년부터는 구약 및 신약성서를 좀 더 깊게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한 10년 쯤 걸리겠지요.
9. 108배 108번 실시 : 117번 총19,976배 했으니 목표 초과.
금년에는 ‘108배 180번 실시’로 목표를 상향조정 했습니다.
~~
12.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큰 일 하나 더 했습니다.
3개월에 거쳐 유튜브에 올라온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850여개를 모두 다 내려 받아,
음량 조절하고 길이도 조절하는 편집작업을 마쳤습니다.
금년에는 모두 다 듣는 것이 새로운 목표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봉사활동도 하고, 재능기부도 하고 싶고,
아는 것들을 정리하여 책도 내고 싶고, 방통대에도 다니고 싶고,
춤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전국 사찰순례, 전국 섬 여행, 30박 31일 해외여행도 하고 싶고.....
하나하나가 3년~10년짜리 프로젝트이니, 부지런 떨며 100살까지 하더라도 다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즐거워집니다. 제 스스로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이 다가옵니다. 오늘 행복한 사람은 내일도 행복합니다.
성취의 기쁨을 맛보는 연습을 시작하세요.
작은 계획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것이, 제2의 인생을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잡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오년과 을미년 (0) | 2015.01.28 |
---|---|
세월이 간다고 세월호를 잊을 수 있을까? (0) | 2014.04.28 |
계사년엔 무얼했고 갑오년엔 무얼할까? (0) | 2014.02.02 |
그를 떠나 보내며 (0) | 2014.01.08 |
숭례문 (0) | 2013.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