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에 내려 땅위로 올라오니 빗방울이 비칩니다.
한겨울에 비라니, 철도 모르고 비가 내리다니.....
장례식장 안에 들어섰습니다. 안내판에는 여섯 분이나 적혀있습니다.
여든 몇살, 일흔 몇살, 일백 네살,
그런데 그 밑에는 '43세'라 적혀있습니다. 어허, 참 어이가 없어서....
울컥합니다.
장례식장 밖으로 나와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는 데, 부산에서 어제 올라온 동료들이 보입니다.
손을 잡는 순간, 눈물이 솟습니다. 어허, 참 어이가 없어서....
국화꽃 한 송이를 주기에 싫다하고, 향을 하나 피웠습니다.
그리고나서, 상주와 인사합니다. 중학교 1학년 짜리가 상주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어허, 참 어이가 없어서...
자리에 앉았는 데, 또 눈물이 납니다.
말했습니다. "어허, 참,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는 데..."
밥도 반공기나 먹고 술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웃고,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왜냐면 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깐요.
내게 있어서 그는 어떤 존재일까?
1년이면 두어번이나 얼굴 볼까, 전화 한 통화 안하고 지냈던 해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왜 이리 안타까울까?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에? 어허, 참, 살아 있어도 몇 번이나 더 본다고...
애들이 너무 어려서? 어허, 참, 젖먹이도 아니고 어미가 있는 데....
분명 좋아지고 있다고 했는 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허, 참, 어이가 없어서....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이 것 저 것, 이 사람 저 사람 눈앞을 스칩니다.
아픕니다, 괴롭고 힘들어서 모든 게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희미해지더니 깜박 잠이 듭니다.
꿈도 없는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습니다.
죽음!
자꾸만 눈이 감깁니다. 그러다가 의식이 끊어집니다.
무의식의 세계가 혼란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다시 의식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삶!
그러나 우린 이어지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기 떠나면 저기 가서 또 살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 종권아, 박종권아!
잊어라, 그리고 거기서 그냥 여기에서와 똑같이 지내고 있어라.
우리도 얼마 안있으면 갈 것이다.
아아, 난 오늘 허허허 하고 많이 웃었습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데,
그 놈 잊으려 일부러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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